문재인, DJ 생가 하의도 찾아간 까닭은?

입력 2016-04-18 16:18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다. 문 전 대표가 총선 5일 만에 이곳을 방문한 것은 더민주가 DJ를 잇는 정통 야당임을 강조, 돌아선 호남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략적 제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文, DJ 생가 전격 방문= 문 전 대표는 오후 12시 50분쯤 하의도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도 동행했다. 이어 하의도 웅곡항에 도착해 당원·주민 2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박2일간 호남에 머물 예정이지만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며 “일정이 끝난 뒤에 방문 내용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총선 전부터 준비했던 일정”이라며 “호남 민심에 대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총선 참패 이후 첫 방문이기 때문에 거취와 관련된 메시지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광주선언’과 같은 메시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직전인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은퇴하고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총선 이튿날인 14일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침묵을 이어갔지만 당 안팎에서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시 한번 호남을 방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민주 지도부도 호남 민심 앞에 엎드렸다. 호남 당선인 3명 중 1명인 이춘석 비대위원(전북 익산갑)은 이날 비대의 회의에서 “호남에 대한 민심 없이 정권교체는 절대 이룰 수 없다”고 했고, 이개호 비대위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도 “지도부의 사즉생 각오로 잃어버린 심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26일 낙선 인사차 호남을 방문한다.

◇김종인 체제 언제까지, 키를 쥔 文= 더민주 내에서는 김종인 대표의 추대 문제를 두고 연일 논쟁이 가팔라지고 있다.

김 대표는 총선 승리 이후 지도부 구성에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또 전당대회를 통한 경선이 아니라 합의 추대할 경우 당 대표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주류 진영의 정청래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셀프공천에 이어 셀프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북한식 용어”라며 “합의추대를 해준다면 저도 당 대표를 할 용의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도 성향의 정성호 의원도 ‘합의추대론’에 대해 “민주적인 정당에서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개혁적이고 유능한 준비된 후보자들이 있기 때문에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체제’의 연장 문제 역시 문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주류 진영에서 산발적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조직적인 반발 기류는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와 김 대표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총선 승리를 이뤄낸 만큼 당분간은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하면 당권 경쟁 과정에서 누적된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