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창저우외국어학교는 지난해 9월 지금의 교사(校舍)로 이사했다. 학생들은 악취가 난다고 했고, 가려움증과 두통을 호소했다. 모두 641명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493명이 병을 앓거나 신체이상 증상이 있었다.
심지어 백혈병 진단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대부분은 피부염, 습진, 기관지염을 앓았다. 이 학교는 고등학교 58개 학급에 학생과 교사 2800여명이 공부하는 곳이다.
중국 관영 CCTV는 17일 “창저우외국어학교가 들어선 부지는 원래 화학공장 3곳이 있던 자리와 길 하나 사이”라며 “공장들은 살충제와 농약을 생산했다”고 폭로했다.
공장에서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 공장 근처에 독성 물질을 바로 묻어버렸다” “처리되지 않은 공장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학교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폐기물이 흐르던 관이 발견되기도 했다.
베이징대 판샤오촨 교수는 “짧은 기간 이렇게 많은 학생이 증상을 호소하고 확진을 받을 것을 보면 보통 심각한 수준의 오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CCTV는 “학교의 토양은 독성 화학물질과 중금속으로 심각하게 오염됐다”면서 “지하수에서는 발암물질인 클로로벤젠이 기준치의 94만799배 검출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안전한 곳으로 학교를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학교는 지난 2월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 대기나 토양 모두 안전하다”고 밝히는 등 거듭된 문제제기를 무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기 이미 7개월 전부터 신축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돼 지하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CCTV의 고발보도에 환경보호부는 창저우 현지에서 학생의 건강이상을 일으킨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