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기 연속 적자로 약 5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에 노동조합의 행보에 사내외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경영진들이 먼저 나서 회사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오히려 임금·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대립 구도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철밥통이라는 중공업은 이제 옛말이다. 2015년부터 관리직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중이다. 현재까지 약 15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희망퇴직은 직책을 못 받은 관리직 대상으로 현재도 소리없이 진행중이다. 앞으로 약 4000여명정도 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선박을 단 3척 수주하는데 그쳤다. 금액으로 2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8척·6억달러)에 비해서도 대략 3분의 1이 토막났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올해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선소 한 간부는 “지금은 최악중에 최악”이라며 “옛날이 그립다”고 몇 번이나 되풀이 했다.
경기 불황으로 지역 상권도 죽어가고 있다. 음식점은 그나마 돌아가고 있지만 지금은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밤거리가 썰렁하다. 중공업 한 직원은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 탓에 개인 돈 쓰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한 고기집 주인은 “경기가 좋은 때는 회사에서 각종 회식수당들이 많이 나와 장사가 잘됐는데 요즘에는 그런 수당들도 다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명덕과 일산해수욕장 부근 유흥업소들은 문을 닫거나 사채를 쓰면서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
동구지역 부동산도 엉망이다. 동구지역 아파트 값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신규아파트에 투자를 했던 중공업직원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구조조정 등으로 빚 갚을 능력이 안되자 싼값에 아파트를 다시 내어놓고 있다. 조선소에 취직에 돈을 벌려고 몰려들던 일용직 대상으로 호황을 누렸던 원룸들도 보증금 및 월세 하락과 임대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올해 파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내놓았다. 연급여 6%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250% 지급과 함께 임금피크제 폐지, 유급휴가일 확대, 조합원 100명 해외연수 실시 등 각종 복지혜택을 늘린 협상안을 내놓았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연간 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노조는 한 발 더 나가 이번 4·13총선에서 회사 발전보다 본인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후보를 밀어 당선시켰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땀흘려 만들어온 회사에서 정당한 노동력의 대가를 받고 복지 향상을 위해서 투쟁을 나서는 것이”라며 “사측은 적자를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하는 등 직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상황에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최소 2만여명의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된다”며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대우조선은 임금동결과 쟁의 활동 자제에 대한 동의서를 냈고, 삼성 노조는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선주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나 하나쯤이야...현대중공업 노조의 비 상식적인 행보
입력 2016-04-18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