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사과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아닌 검찰에 한 것이다

입력 2016-04-18 12:13 수정 2016-04-18 12:33
롯데마트는 18일 자체 PB 상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게 피해보상을 실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롯데마트는 여러 관련업체 중 처음으로 피해보상을 실행하기로 했다고 생색을 냈으나 피해자 가족들의 공분만 샀다.

이날 기자간담회장에 온 피해자 가족들은 “우리가 아닌 검찰에 사과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동대표는 “유해성이 밝혀진 지 5년이 지난 뒤 검찰 조사를 눈앞에 둔 오늘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도냐”면서 “정작 피해자와 가족들은 오늘 이 자리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다”며 울분을 토했다.

가습기 살충제로 아내와 딸을 잃은 안성우 유가족대표도 “오늘 공식사과가 있다는 것을 연락받은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아닌 기자들을 불러놓고 사과하는 것은 면피성 사과일 뿐이라며 다시 공개사과 하라”고 요구했다. 유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다른 기업들과 공동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도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오늘 롯데마트의 사과는 피해자와 그 가족이 아닌 검찰한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팀장은 롯데마트에 피해자신고센터를 설립하고 롯데 관련한 기구 매장 전체에 ‘와이즐랙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 피해자는 신고해달라’는 포스터를 붙여 자체적으로 피해자 파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2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판매업체인 롯데쇼핑(롯데마트)의 전·현직 임원 43명을 처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을 추진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시기가 너무 늦어진 점 사과드린다”면서 “더는 늦어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롯데마트에서 예상하는 피해 금액 보상 규모는 지금 정확히 얼마일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100억원 정도 규모의 재원은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는 대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협의를 추진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고 상품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문제가 된 살균제 와이즐렉은 롯데마트에서 2006년 11월에서 2011년 8월까지 판매됐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