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타임스’, ‘위대한 독재자’ 등 작품으로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영화배우 겸 감독 찰리 채플린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15년 이상의 준비기간 끝에 문을 열었다. 약 700억원이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다.
스위스 관영 스위스인포는 채플린의 탄생 127년째를 맞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호수 근처 마누아르 드방 생가에서 ‘채플린의 세계(Chaplin's World)’ 박물관이 개관해 이튿날인 17일부터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전했다.
박물관이 문을 연 마누아르 드방은 채플린이 아내와 8명의 자녀와 함께 살았던 장소다. 1977년 8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장소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박물관에서 채플린의 거대한 저택 응접실, 식당, 서재를 들를 수 있다. 이 중 서재는 채플린이 자신의 자서전과 대본 등을 집필했던 장소다. 2층에도 당시 사용한 침실과 다른 방들이 있다.
또한 약 16m 크기에 150석 규모인 스튜디오에서 채플린이 26세 나이로 처음 런던에서 영화계에 발을 들일 당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채플린의 작품 ‘위대한 독재자’에 등장하는 이발소 의자(사진)에 앉아보거나 ‘이민자’에 등장하는 식당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그레뱅 밀랍 박물관 측에서 제작한 밀랍인형 약 30개도 관객을 맞는다. 채플린뿐만 아니라 아내 오나 채플린, 채플린의 작품에 등장한 여주인공 등을 되살린 인형들이다. 생전 채플린이 신었던 신발과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검정 중절모도 전시된다. 1975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받은 기사작위 증서도 있다.
이번 박물관 건립에는 계획 당시부터 15여년, 허가를 받는 데만 7년이 걸렸다. 이후에도 주거환경 변화를 반대하는 주민들로부터 소송이 제기돼 곤혹을 치렀다. 들어간 돈도 약 6000만 스위스프랑(715억원)에 달한다. 박물관 측은 앞으로 연간 방문객이 약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