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커피 넣어 몸의 독 뺀다?…'커피 관장' 큰일나요

입력 2016-04-18 10:44 수정 2016-04-18 10:59

최근 일부 디톡스(해독) 애호가와 암 환자들 사이에 ‘커피 관장’으로 효과를 봤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집에서 이를 직접 해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커피 관장의 의학적 효과는 입증된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관장 과정에서 대장의 배변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대장에 염증이 생기거나 구멍이 뚫리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커피 관장’은 말 그대로 커피를 항문으로 넣어서 대장을 청소하는 관장 요법이다. 관련 용품 판매업체와 일부 이용자들은 ‘카페인이 직장 점막을 통해 흡수되면 곧바로 간으로 들어가 담즙 배출을 도우면서 간에 있는 독소를 뽑아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18일 “커피 관장을 통해서 독소를 배출하거나 특정 질환을 치료한다는 의학적 보고는 없다. 특히 대장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능이 거의 없고, 오히려 인위적 관장으로 인해 자체적인 배변 능력이 떨어지거나 관장하는 과정에서 대장염, 대장 천공, 세균 감염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최근 한 연구에서 커피 관장 보다 커피를 입으로 마시는 경우 체내 카페인 농도가 더 높게 측정됐다. 다시 말해 커피의 효과는 관장을 통해 주입하는 것보다 입으로 먹는 것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관장은 주로 변을 내보낼 목적으로, 또는 입으로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나 대장에 생긴 국소적인 염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잦은 커피 관장은 이온 불균형, 감염, 출혈 등과 같은 합병증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실제 너무 뜨거운 커피를 빨리 주입해 대장에 화상이 생기거나 천공(구멍)이 생기는 합병증이 보고된 바 있다. 또 커피 관장 뒤 세균 감염으로 혈액까지 세균이 퍼져 목숨을 위협하는 패혈증이 나타난 사례도 있다. 심지어 이온 불균형, 탈수 등과 같은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커피 관장의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커피 관장이 장에 남아있는 숙변을 제거해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배출해 준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최 교수는 ‘숙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든 오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부 건강기능식품 업체를 중심으로 장 속에 붙어있는 숙변을 제거하지 않으면 독소가 몸속에 쌓이고 이는 암, 만성피로, 비만 등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숙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면서 “하지만 대장벽은 미끄러운 점막으로 덮여 있고 반복적인 연동 운동을 하기 때문에 ‘숙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또 사람에 따라 대장 운동이 저하돼 있는 경우 변비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숙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변비가 있는 사람은 단지 대변이 대장을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커피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기호식품으로 하루 1~2잔 적당하게 마시되, 절대 관장이나 치료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