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등산 등산로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운동기구에 누워 운동 중이던 60대 등산객이 예비군복 차림의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숨졌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8일 등산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김모(49)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7일 오후 5시17분쯤 광주 광산구 서봉동 어등산 팔각정 인근에서 지인 3~4명과 등산 중이던 이모(63)씨의 목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이씨의 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생면부지의 남성이 갑자기 다가와 이씨를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예비군복 차림의 김씨는 길이 20cm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후 산 정상인 동자봉(해발 154m) 부근으로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산 정상부로 1km가량 추적해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김씨를 테이저건(전기 충격기)을 쏴 범행 30여 분만인 5시 45분쯤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김씨가 정신병력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체포 당시 자신의 혼잣말을 반복하고 횡설수설해 정신질환이 의심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이름이나 나이 등 신원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씨는 오히려 경찰 조사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의 뒤를 노렸다. 내가 살기 위해 그랬다. 가족들과 성격이 안 맞아 나를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운동기구에서 통화를 하던 이씨가 자신을 신고한 것으로 오인해 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의 지인들은 김씨가 흉기를 들고 등산로를 배회하자 급히 자리를 피했으나 운동기구에 누워 휴대전화 통화를 하던 이씨만 뒤늦게 김씨와 마주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을 112에 신고한 줄 알고 김씨가 휴대전화를 든 이씨에게 ‘통화내역’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해자 이씨와 안면이 전혀 없는 김씨는 이상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세한 범행 동기와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광주 어등산 등산로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60대 남자 숨져
입력 2016-04-18 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