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이라기엔 너무 성숙한 언니들,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1등 공신은 리더 제아(본명 김효진·35)다. 자기주장 강한 네 여자 사이에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았다. 팀을 어느 정도 반열에 올려놓은 뒤에야 솔로활동에 눈을 돌린 그다.
2013년 첫 솔로 앨범 ‘저스트 제아(Just JeA)’ 이후 3년여 만에 홀로 음반을 냈다. 두 번째 싱글 ‘나쁜 여자’로 진한 발라드 두 곡을 선보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제아는 “여성성이 많이 어필이 된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브아걸 리드보컬인 제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실력자다. 보컬과 작곡·작사는 물론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췄다. 댄스그룹의 틀 안에 가려져있던 게 아쉬울 따름. 솔로 활동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팬 분들은 (솔로로) 왜 이렇게 오랜만에 나왔냐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어요. 곡도 계속 썼고요. 그래서 3년이나 지났는지 몰랐죠(웃음). 이번에는 대중적인 곡으로 돌아왔으니까 많이 듣고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에는 동료 뮤지션 정엽이 만든 ‘나쁜 여자’와 본인이 작곡한 ‘눈물섬’이 수록됐다. 두 곡 모두 사랑을 갈구하는 여성의 절절한 심경이 담겼다.
아이돌 대란이 예고된 4~5월에 발라드라니, 너무 과감한 선택이 아닌가. 제아는 “화려한 퍼포먼스의 곡들이 나와도 한편으론 이런 노래도 필요하지 않느냐”며 “다 같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Mnet ‘프로듀스 101’ 보컬 트레이너로 참여한 제아는 이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 연습기간이 상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준비한 만큼 (앨범이)잘 나와서 제대로 빛을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프로듀스 101’은 제아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무려 중·고등학생 팬들. “저희(브아걸)가 10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긴 했지만 음반은 뜨문뜨문 냈잖아요. 저희를 잘 몰랐다가 이번에 음악도 찾아보고 팬이 됐다는 친구들이 있다더라고요. 아이들이 정말 많이 알아봐요. 제가 지나가면 ‘픽미! 픽미!’ 막 이래요(웃음).”
브아걸로 활동할 때와 솔로로 나설 때 분명 차이는 있다. 제아는 “그룹 활동은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성향을 끄집어내는 경우가 많아서 재미있고, 솔로할 때는 저만의 음악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적절히 병행해나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브아걸 멤버로서나 솔로로서 아마 올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것 같아요. 10주년을 맞이해서 브아걸 앨범도 준비 중이에요. 그렇다고 막 ‘10주년 앨범’ 이런 건 아니고. 노티나니까(웃음). 저희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국내에 10년차 걸그룹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브아걸의 최장수 기록은 더욱 의미가 있다.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의리’라는 단어가 먼저 나왔다.
“저희는 초반에 위기를 맛봤잖아요. 2집이 너무 안 돼서 사라지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알게 모르게 중간 중간 위기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고 똘똘 뭉쳤죠. 미료 나르샤 가인이 모두 무슨 일이 생겨도 항상 브아걸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이 있어요. 그랬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을 함께한 팬들과는 이제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란다. 좋은 음악 선물로 계속 보답하고 싶다는 게 제아의 말이다.
“저희는 출발 자체가 걸그룹이라기보다 보컬그룹이었고, 얼굴 없는 가수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웃음). 대중이 외면하지 않는 한, 친구처럼 오래 가고 싶은 바람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