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 정계와 학계에서 미국에서 망명 중이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귀국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 이때 ‘김대중 귀국 탄원문’을 미리 입수해 본국에 보고한 외교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것으로 새롭게 드러났다.
외교부는 17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밀해제 문서를 30년 만에 공개했다. 공개된 3급 기밀문서에 따르면 85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당시 참사관(과장급)은 미국 주요 인사들이 망명 중인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서한을 1월 10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발송할 예정이란 사실을 한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부터 입수했다. 반 총장은 이를 류병현 당시 주미대사에 보고했고, ‘김대중 동정’이라는 제목의 전보로 8일 본국에 보고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의 공안조작사건인 내란음모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다가 82년 말 신병 치료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 이었다. 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하려하자 정부는 귀국시 재수감하겠다는 압박을 가했다.
이에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캠페인’을 주축으로 한 미국 주요 인사 135명은 김 전 대통령의 무사귀환을 위한 연서를 전 전 대통령에 보냈다. 반 총장의 보고에 따르면 해당 연서의 요지는 ‘김대중의 무사귀환과 사회생활(public life)을 보장해 국내외 신뢰를 도모하는 것은 85년 국회의원 선거, 86년 아시안게임, 87년 대통령 선거 및 8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화합을 성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돼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미국서 ‘김대중 귀국 탄원문’ 입수해 본국에 보고한 외교관은 반기문
입력 2016-04-17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