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16.5㎜의 비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내렸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를 찾은 시민 1만2000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4500명)은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오후 7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미수습자 304명을 기리는 묵념을 시작으로 문화제가 진행됐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유 집행위원장은 “20대 총선 당선인 111명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 활동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 특조위와 가족들이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태호 4·16연대 상임위원은 “총선에서 진실이 승리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 피해자들을 오만하게 모독했던 자들이 심판 당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6월 말까지 특조위에 파견한 공무원을 빼내려 한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지 못했거나 원구성을 하느라 세월호 특별법을 다룰 준비가 안돼 있을 수도 있다”며 “오늘만 4·16이 아니라 내일도 4·16이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손을 잡고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당선인(서울 은평갑)이 발언을 이어갔다. 박 당선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다 끝난 거 아니냐’ ‘너무 지겹다’라고 이야기한다”면서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 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 ‘기레기’라고 불렸던 쓰레기 같은 언론, 진실보다 국가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 등 적폐와 병폐가 압축적으로 표출된 참사이며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희망 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은 “오늘 고3 아들, 아내와 함께 안산 단원고 빈 교실을 다녀왔다. 꽃 한 송이를 들고 눈물 흘리는 유가족을 봤다. 2년이 지나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면서 자작시 ‘세월호를 인양하라’를 낭독했다.
공연도 펼쳐졌다. ‘유로기아와 친구들’과 노래패 ‘우리나라’가 무대에 올랐다. 이소선 합창단은 ‘어느 별이 되었을까’ ‘너의 졸업식’을 함께 불렀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특별법 개정하라’ ‘특별검사 실시하라’ ‘특조위 기간 강제 종료 협박 말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문화제에 참여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4·16가족분향소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 3시부터는 지하철 광화문역 출입구까지 길게 대기 줄이 이어졌다. 성기봉(50)씨는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들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강원도 원주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사민경(16)군은 “세월호 참사가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얘기고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알기 위해,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추모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은주(47·여)씨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을 확보한 것을 보면서 ‘세월호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밤늦은 시간까지 1만여명이 광화문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이날 경찰은 66개 중대 5300명을 투입했다.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화제가 끝나자 시민들은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고 질서 있게 광장을 떠났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오늘 광화문은 세월호였다
입력 2016-04-16 22:58 수정 2016-04-17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