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이틀 강진 41명 사망…"조선인이 독풀어" 괴담도

입력 2016-04-16 08:51 수정 2016-04-17 10:58
수 차례 강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일본 남부 구마모토(熊本)현 마시키에서 소방대원들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4일 규모 6.5 지진으로 10명이 숨지고 800여명이 부상한 일본 규슈(九州) 일원에 16일 다시 규모 7.3의 강진 등 7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모두 41명이 사망하고 3000여명이 다쳤다. 

강력한 여진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17일 폭우까지 내리면서 구마모토현 내 24만명에게 피난 권고가 내려졌다.

특히 두 차례 강진으로 지반이 약해져 대규모 산사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규슈 신칸센 운행이 사흘째 중단되고 있고, 구마모토 공항도 폐쇄됐다. 

2차 지진의 피해자 1차 강진보다 많은 것은 지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더욱 강도가 높은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오전 1시 25분께 발생한 2차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약 12㎞, 규모는 7.3으로 앞서 14일 발생한 규모 6.5의 지진을 크게 앞지르면서 1995년 한신 대지진과 같은 규모였다.

또한 많은 주민들이 1차 강진 이후 끊겼던 전기와 수도 등이 복구되며 대피소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설명했다.

1차 강진 진원 지역으로 피해가 집중된 구마모토현 마시키(益城)지역의 우치무라 무네하루(内村宗春,83)는 1차 강진 후 대피소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간 후 2차 강진으로 집이 붕괴되면서 사망했다. 무네하루의 집은 2층 목조건물로 건축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14일의 지진에서는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었다. 1차 강진 후 대피소에 머물던 무네하루도 "여진만 남았으니까 괜찮겠지"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차 지진보다 강력한 2차 지진으로 무네하루의 집은 붕괴됐다. 그의 손녀인 마나미(愛美,24)등은 붕괴된 집채에 깔린 무네하루에게 말을 걸자 "괜찮아, 괜찮아"라고 대답했지만 점차 목소리는 작아졌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마사키 지역에 거주하는 니시무라 요스케(西村洋介,38)도 1차 강진이 발생한 14일 밤에는 조부모와 인근 마을회관에 대피했다가 15일 밤 정전이 해소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2차 강진이 발생한 16일 새벽 집 거실에서 80대의 조부모와 잠을 자다, 지진으로 천장이 붕괴되면서 그 안에 매몰됐다. 니시무라는 기다시피해 탈출했지만 조부모는 6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이번 지진 사태로 인한 희생자 수는 41명으로 늘어났으며 부상자도 3000명을 넘어섰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25분쯤 규슈 남부 구마모토(熊本)현 구마모토 지방에서 규모 7.3 강진이 일어났다.

이번 지진의 위력은 1차때 규모 6.5 지진에 비해 16배나 강하고, 1995년 6434명의 사망자와 4만3000명의 부상자를 낸 한신(阪神) 대지진급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 미야자키(宮崎)현에서 일시 20만 가구 넘게 정전 사태를 빚기도 했다.

2차 지진이 발생하자 곳곳에서는 "여진이다. 조심해라"라는 고함이 터져나왔고 긴급 대피소로 지정된 구마모토시 주오(中央)공원 등에는 밤새 수백명이 모여서 공포에 떨었다.

전날 복구작업을 통해 전기 공급이 재개됐던 지역에는 자택으로 돌아간 주민이 많았다. 이 때문에 2차 강진 발생에 따른 매몰 피해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긴급 대피소로 피한 이들은 불안함에 떨면서도 "괜찮다", "걱정말라", "힘내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아침을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규슈 지역에 강진이 잇따르자 교통편을 알아보는 등 지역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각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고립된 경우가 53건, 매몰사고도 23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역 곳곳에서는 가옥 붕괴와 매몰 등으로 갇혀 있다는 신고전화가 적어도 470건 이상이 쇄도하고 있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기상청은 "14일 규모 6.5 지진과 여진이 대지진(大地震) 전 일어나는 전진(前震)이고, 이번 7.3 강진이 본진(本震)으로 추정된다"면서 앞으로도 격렬한 흔들림을 동반하는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경계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또 이번 여진으로 인해 구마모토 주변 서부 해역을 따라 1m가 넘는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며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높은 파도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원자력 규제당국은 센다이 원자력발전소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밤 구마모토 강진 발생 이후 한때 SNS상에서 일부 극우세력들이 "구마모토에 있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어넣었다"는 글들을 올렸다고 산케이신문 온라인판 등 일부 인터넷 언론이 보도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진 발생 지역에 외교부 신속 대응팀을 파견하고, 임시 항공편을 투입해 현지에 발이 묶인 관광객들을 수송하기로 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