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년’ 죽음같은 고통의 시간, 이제 치유를 꿈꾸다

입력 2016-04-15 17:31 수정 2016-04-15 21:36

‘4시16분.’ 시계바늘은 그날을 가리킨 채 멈춰 있었다. 28개의 책상 위에는 교과서 대신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지난 14일 찾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존치교실(4·16기억교실)의 벽시계는 “잊지 말라”고 말하는 듯 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딱지가 앉고 새 살이 올라오면서 아문다. 그렇다고 흉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존치교실의 벽시계는 슬픔을 얘기한다. 동시에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잊지 않고 기억하면, 되돌아보고 잘못을 고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치유와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세월호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서히 침몰한지 16일로 정확히 2년이 흘렀다. 안산 단원고 학생 등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숨졌으며, 9명의 시신은 수습되지 않았다.

남은 이들은 오늘도 슬픔을 견뎌내고 있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2학년 A군(당시 18세)의 가족들도 그렇다. 그들은 그날의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A군의 아버지는 하던 일을 접고 종교활동만 하다 지난해 말에야 다시 일손을 잡았다. A군의 할머니는 TV를 끊고 라디오 방송만 듣는다고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가 탔던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그 장면을 잊지 못해서다.

장례식장에서 상주노릇을 했던 사촌형 B씨(28)는 14일 “살아있었으면 어제 첫 투표를 했을텐데”라며 “상처가 조용히 아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억’을 얘기했다. “사람들의 관심도 올해가 마지막이지 싶다. 어느 순간이 되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그런 일이 있었지’ 정도로 남을 것 같다. 안타깝게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모두에게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이 될 수 없다.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에는 매일 오후 2시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손에는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얼굴이 담긴 안내문, 다른 손에는 노란리본을 들고 있다. 세월호 유족은 아니지만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나온 사람들이다. 항상 같은 자리에 서는 그들은 “9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야 합니다”고 말한다.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치유도 가능하다. 유족들은 그 과정을 묵묵히 걷고 있다. 2014년 5월에 문을 연 경기도 안산온마음센터에선 생존학생 60명, 시신 미수습가족 20여명을 포함해 1064명이 심리안정과 치유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죄책감과 무력감에 괴로워한다. 생존학생 가운데 일부는 학교생활을 어려워하거나 물, 배에 대한 공포를 겪고 있다. 고영훈 센터장은 “유족과 생존자 가운데 10% 정도는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이라며 “통증이나 위장장애,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치유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는 사건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되는데, 아직 대부분의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강인하게 버티고, 견뎌내고 있다. 살아남은 아이들 79명은 올해 대학 새내기가 됐다. 아이들은 지난해 대학입시를 앞두고 ‘단원고 출신’임을 밝혀야 하는지 많이 걱정했다고 한다. 고 센터장은 “다행히도 주변 친구들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로 대하고 포용해줘 이해를 많이 받았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안아주고 함께 슬퍼하면서 희망은 싹을 틔우고 있다.

안산=홍석호 기자, 박은애 김판 심희정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