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사람이 온다
골목 앞집 오동나무의 느짓한 가지 사이
아직 잎사귀를 틔우지 않은 얼굴로 단 한사람이 내게 오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다
나는 나이고 그는 그가 되려고
모르는 얼굴로 서로
마주하고 있다
책장 사이로 조금은 비켜 서 있다
한 사람이 있다 단 한 사람이
봄볕으로도 제비꽃으로도
오래된 시집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한 사람이
‘손님’이란 제목의 이 단정한 시는 책방주인이 썼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역 주변에 지난 1월 문을 연 서점 ‘청색종이’ 앞에 가면 A4용지 한 페이지에 흑백으로 인쇄된 이 시를 얻을 수 있다. 이 책방의 주인이자 등단한지 24년이 된 시인인 김태형(45)씨가 쓴 시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시를 쓴다는 김 시인은 매주 한 편 새로운 시를 가게 앞에 내놓는다. 서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문래동 그 책방 앞에 가면 시가 있다
입력 2016-04-15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