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14일 사퇴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분간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며 민심을 추스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얼굴로 치른 전국 선거에서 원내 과반은커녕 제1당 자리마저 야당에 넘겨주면서 대선을 향한 첫 걸음이 시작부터 무거워졌다는 말이 나왔다. 박민식 서용교 의원 등 측근들도 줄줄이 낙선해 험난한 길을 홀로 걸어가는 형국이 됐다.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김 대표는 초췌한 표정이었다. 전날 부산에서 투표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이날 새벽 퇴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이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했고 참패했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로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사퇴는 예정된 일이었다. 지난달 3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후 사퇴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었다. 당시 선거 뒷마무리까지 하고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했었는데,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선거 결과가 예상을 뛰어넘는 대참패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해단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더 이상 제가 대표직에 있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공천을 주도한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친박근혜)계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얘기에는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했다. 선거에서 져놓고 책임 소재를 두고 내부에서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 인사는 “당 지도체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김 대표는 물밑에서 당심과 민심을 다독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이렇게 ‘독박’을 쓰는 데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었다. 선거 참패의 원인은 따지고보면 ‘유승민 찍어내기’로 상징되는 무리한 공천과 친박의 과도한 ‘박근혜 마케팅’ 때문인데, 왜 김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하냐는 분위기가 있다. 김 대표 측 인사는 “당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큰소리치던 이 전 위원장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어차피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김 대표는 자숙 후엔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인 경쟁자로 꼽혔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이번 선거에서 낙선해 여권 내 주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강석호 김세연 김성태 김용태 김학용 이진복 황영철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3선 중진이 되면서 당내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선거 참패를 계기로 당에 쇄신 바람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의 명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새누리당 기사회생의 유일한 길”이고 썼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퇴한 김무성 향후 행보는-당분간 잠행
입력 2016-04-14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