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비상이 걸렸다. ‘과반 의석’ 확보를 전제로 총선 후 벌어질 잠룡 전쟁을 예상했던 분위기는 총선 참패 후 당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차기 대권 주자들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정권심판 바람에 힘없이 주저앉으면서 여권은 이제 구인난에 처한 상황이다. “이 마당에 누가 나서겠냐”는 당내 인사의 반문처럼 외부 수혈 역시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여권, 특히 주류 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는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무릎을 꿇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낙선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최근 들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1위로까지 부상했던 오 전 시장은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대표와 대권 후보 경합을 벌일 ‘1번 카드’였다.
여권 심장부인 대구 수성갑에서 패배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복귀가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김 대표 역시 6선에는 성공했지만 자신이 진두지휘한 총선에서 제1당 지위까지 내주며 책임론에 휘말린 터라 대권 후보 도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하는 데다 측근들이 총선에서 낙선해 원내 세력이 없다는 점도 이들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4일 “총선을 통해 정치지형이 바뀐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권 주류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이 있다고 해도 이 들이 대권 도전 제안에 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외부 영입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이는 영입 대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특히 친박계와 충청권 의원들이 중심이 돼 반 총장 영입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최근 잦은 만남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총선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은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지 여부에 대한 회의와 정치 경험 없는 반 총장이 험난한 대선 행로를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그 누구도 배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 총장 영입론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전히 비박계에선 반 총장 영입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이제는 외부 인사가 된 유승민 의원도 ‘대안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바람’으로 표출된 국민들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에 부합하고, 돌아섰던 여권 성향 중도층 인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유 의원을 당의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이 대척점에 선 여권 주류의 반발을 무마하고 복당하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대권후보 구인난에 직면한 여권, 반기문 유승민 대안으로 부상
입력 2016-04-14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