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초보 아빠의 쓸모있는 육아 다이어리

입력 2016-04-14 13:59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우리 사랑이의 탄생이 아닐까. 사랑이의 탄생 이후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는 오늘로 육아휴직 100일 차를 맞는 말 그대로 ‘생’ 초보 아빠다.

무지하면 용감하다 했다고 아는 건 없지만 육아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던 나는 결혼 전부터 ‘아이는 내게 맡겨달라’ 아내에게 당당히 외쳐왔고, 아내의 출산휴가가 끝남과 동시에 기어코 ‘아이 보는 아빠’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육아 경험자는 아니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심정으로 온갖 육아서적과 블로그 등 육아 커뮤니티를 뒤지며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고, 육아와는 1도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마크 저커버그도 해낸 일을 나라고 못 해낼 소냐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장담컨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자신감이 무너지는데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부터, 먹이고 돌아서면 또 다시 찾아오는 식사시간, 재우려는 나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사랑이와의 사투까지 내 육아 매뉴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측불허 사건들로 정말이지 매일매일이 ‘멘탈붕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나에게도 볕들 날은 있었으니 시간이 지나고 비슷한 일들이 몇 번 반복되자 나에게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게 된 것.

그 중 하나는 아이의 울음에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의 울음은 아빠에겐 적색경보일지 몰라도 아이에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 더군다나 아이가 우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아이가 울 때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고, 원인 모를 울음이 계속된다면 백색소음을 들려주면 울음을 그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가 울 땐 ‘우리 아기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안아주고,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을 잊지 말자.

진정한 육아 대디로 거듭나려면 수유시간에도 함께 해야 한다. XY염색체로 태어나 직접 젖을 물리진 못하지만 아내를 위해 적절한 조명과 수유 쿠션을 준비해주거나 아이가 젖을 다 먹고 난 뒤 안아서 트림을 시켜주고 다시 재우는 일은 아빠로서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다. 깨고 자고를 반복하는 쪽잠에 다음날 생활이 두렵긴 하지만 배불리 먹은 아이를 재우며 교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내 아이가 사용하는 물건은 무조건 깐깐하게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남자가 쪼잔하게 뭘 그리 재고 따지냐는 주위의 말에 절대 흔들려선 안 된다. 내 아이를 위한 물건을 깐깐하게 고르는 일은 절대로 후회하는 법이 없다.

특히 아기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은 더욱 까다롭게 골라야 하는데, 열감기를 자주 앓는 아이들에겐 해열제 선택이 그렇다.

해열제는 성분과 종류가 다양해 무엇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고, 어린 아이일수록 해열제 복용이 까다로워 꼼꼼하게 확인해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는다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 해열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생후 4개월부터 복용이 가능하고, 어린이 감기약 복용이 금지된 만 24개월 미만도 사용할 수 있어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시중 해열제 가운데는 타이레놀의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이 대표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으로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 아이가 빈 속일 때도 사용이 가능하며, 소염 작용이 없어 면역력 저하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연령과 체중에 따른 적정 용량과 용법도 따로 표기 돼 있으니 갑작스런 열감기도, 아내의 출장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 육아가 서툴고 낯선 ‘초보 아빠’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제 매일 한 뼘씩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감동에 몸부림칠 줄 아는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심지어 내 속에서 태어난 생명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니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다.

더군다나 아이와 단 둘이 함께 하는 이 순간은 억만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시간이니,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을 미뤄온 이가 있다면 지금 당장 아이에게 달려가길 권한다. 조금은 힘에 부칠 수도 있을 슈퍼대디를 위한 그대들의 첫 걸음에 건투를 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