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73) 세중 회장의 자녀들이 “아버지로부터 사들인 주식의 향후 합병 시세차익을 증여로 간주, 세금을 부과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 5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기업 내부정보를 가진 비상장회사의 최대주주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증여했을 때 증여재산가액이 어떻게 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주식을 증여·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특수관계의 상장법인과 합병돼 이익이 발생하면, 시세차액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천 회장은 2003년 초부터 세중여행의 사실상 1인 소유주였고, 2004년 6월부터는 코스닥 상장법인 세중나모여행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천 회장의 자녀들은 2003년 6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세중여행 14만9930주와 세중나모여행 37만7549주를 증여·유상증자 등 방법으로 취득했다. 이후 세중여행은 2006년 7월 세중나모여행에 흡수합병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천 회장 자녀들의 합병 시세차익을 상장이익의 증여로 보고 서울 성북세무서와 종로세무서, 서초세무서장에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관할 세무서장들이 주식과 취득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하자, 천 회장의 자녀들은 과세취소 소송을 거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평등주의 및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취득한 사람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규정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 전원은 “기업의 합병에 관한 정보를 알고 이용할 수 있는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합병 상장 이익을 증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식을 증여받은 경우는 물론,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에도 합병 상장이익을 증여한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있다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조항 때문에 납세 의무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헌재의 최종 판단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특수관계인 가족이라 역차별” 천신일 자녀들의 헌법소원 결론은
입력 2016-04-14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