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문 하버드대의 대표적 사교클럽이 여학생을 회원으로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다름아닌 “성범죄 사건을 막기 위해서”다.
하버드대 사교클럽은 보통 ‘파이널(마지막) 클럽’으로 불린다. 졸업 전 가입하기가 가장 힘든, 마지막에야 가입할 수 있는 단체라서다. 이중에서도 ‘포셀리안 클럽(Porcellian Club)’은 남학생 전용클럽으로 1791년 창단 이래 시오도어 루즈벨트 26대 미국 대통령과 올리버 웬델 홈즈 대법관 등 미국 사회 지도층을 배출한 모임이다.
앞머리를 따 PC, 혹은 더 포크(the Porc)로도 불리는 이 클럽이 역사상 최초로 대외 공식 성명을 내놨다. 최근 클럽에 여학생 가입을 허용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거부하는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버드대 학내 언론사인 ‘하버드 크림슨’은 12일(현지시간) 포셀리안클럽이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다.
이 클럽의 1982년 회원인 찰스 M 스토리는 하버드 크림슨에 보낸 편지에서 “역사상 포셀리안클럽이 신문사에 성명을 보내기는 처음”이라고 적었다. 이 편지에서 스토리는 최근 라케시 쿠라나 하버드대 학장이 주도하고 있는 성별 가입제한조항 폐쇄 움직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가 여성들을 받아들이면 성범죄의 가능성이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이라며 해당 조항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토리는 이어 “대학 집행부가 특정 학생들이 가입할 수 없는 사교클럽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은 매카시즘은 학문의 자유와 관용의 정신, 자유롭게 단체를 만들도록 돼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의 오랜 전통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하버드대에서는 남성 전용 사교클럽들이 벌인 성범죄가 문제시 되면서 이들 클럽의 성별 가입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포셀리안클럽의 한 회원은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하버드대는 우리 클럽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년 2학년 중 회원을 선발해 기존 회원들과 저녁 식사를 할 뿐 파티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성범죄 문제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라고 따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