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는 중국 재벌 2세 놀이터.. 수억원대 슈퍼카 경주 등 돈자랑

입력 2016-04-13 17:13
캐나다에서 방영중인 중국계 온라인 리얼리티 프로그램 'Ultra Rich Asian Girls of Vancouver(중국명: 공주아최대)' 출연진 (출처: HBICtv 페이스북)

애마 람보르니기 우라칸이 벤쿠버 시가지로 미끄러지듯 굴러나갔다. 약 36만 캐나다달러, 국내에서 약 3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다. 석탄 재벌인 아버지가 지난해 준 선물이다. 운전석에 앉은 앤디 구오(18)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긴다. 중국 산시성에서 건너온 그는 벤쿠버에서 명문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을 다니는 속칭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다.

캐나다의 주요도시 벤쿠버가 중국에서 몰려든 부유층 자녀로 북적이고 있다. 이민에 우호적인 법제와 환율에 더해 최근 중국에 몰아닥친 부패숙청 바람이 결정적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벤쿠버 현지의 이 같은 모습을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2년 사이 벤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 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이주한 중국인은 최소 3만7000명에 달한다. 230만명이 사는 벤쿠버에서 1981년 7% 이하였던 중국계 이주민은 2011년 18%로 급상승했다. 캐나다 최대 규모로 알려진 한국계 이주민 7만명보다 6배 가량 많은 인구다. 

부유층 중국 청년들이 몰려들면서 집값이 뛰어 원래 살던 주민들이 떠나야 할 정도다. 컨설팅업체 데모그라피아가 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밴쿠버는 현재 캐나다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다. 2015년 밴쿠버의 독립주택 평균가격은 2005년에 비해 2배로 뛴 160만 캐나다달러(약 14억2000만원)다. 주민들은 집값에 항의해 트위터에서 #DontHave1Million(난 100만 달러가 없다)이라는 해시태그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대개 부모가 보내주는 돈이 수입의 전부인 젊은 중국인들은 고급차 구입에 수억원을 예사로 쓴다. 이들 덕분에 밴쿠버의 고급차 수요는 폭증했다. 지난해 밴쿠버에서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 이상의 고급차는 약 2500대로 2009년의 1300대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최소 10만 캐나다달러(약 8900만원) 이상 가는 슈퍼카가 있어야 가입 가능한 고급차 동호회 ‘밴쿠버 다이나믹 오토클럽’ 회원 440명 중 90%는 중국인이다.
2011년 밴쿠버 고속도로에서 경주를 벌인 혐의로 차량을 압수당하는 중국 청년들 (출처: 중국 배가친)

이들은 인근 도로에서 수시로 경주를 벌여 물의를 일으킨다. 지난 2011년 경찰은 벤쿠버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며 경주를 벌인 차량 13대를 압수했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이 최고급 승용차가 주를 이룬 이들 차량의 총액은 약 23억원에 달했다. 운전자들은 중국인 슈퍼카 동호회 회원으로 모두 21세 이하였다.

높은 세금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슈퍼카 구입에 캐나다에 비해 돈이 2배 가량 든다. 중국인을 주 고객으로 삼는 현지 자동차 딜러는 “밴쿠버에 있는 젊은 중국인 중 상당수는 부패한 중국관리의 자제들”이라며 “여기서는 맘대로 돈을 써도 문제가 없기에 이주해 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