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일 아침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 이날 오전 5시30분쯤 서울 중구 장충고등학교 1층 도서관에 마련된 다산동 제3투표소에는 첫 투표자가 도착했다.
현장 노동일을 하는 하동석(64)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일찍 왔다”고 말했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냐’는 질문에 “마음이야 결정은 됐죠. 저는 안철수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장을 걸어 나오면서 “내가 일등으로 투표했어요”라고 외쳤다.
투표소 참관인들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서합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들은 “우리 다산3동 제3투표소의 투표사무원은 2016년 4월 13일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를 관리함에 있어 오직 헌법과 법규에 준거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성실하게 그 직무를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외쳤다.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6시쯤에는 시민 25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3, 4명을 제외하곤 모두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 이들은 “커피도 무료제공하고 의자도 갖다 놔야지” “이쪽은 야당세가 강해” “아니야 꼭 그렇지도 않아” “투표소가 바뀌었네. 원래는 다산동주민센터였는데”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새벽에 비가 내리자 시민들은 우산을 들고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 도우미들은 시민들에게 우산을 우산꽂이에 넣고 들어오라고 안내했다. 우산을 투표장으로 들고 가면 투표 도장이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서울 중구 약수동 주민센터 4층 강당에도 유권자들이 속속 찾아왔다.
투표 안내원 유인선(42·여)씨는 60~70대로 보이는 남성이 가장 먼저 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투표를 가장 먼저 한 사람들은 역시 나이든 사람이었다. 오전 8시쯤에도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선 유권자들 중 20대 청년은 1,2명에 그쳤다.
택시기사 이원희(63)씨는 투표할 때 도장이 잘 안 찍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전에 투표했을 때는 도장이 한 번에 잘 찍혔는데 오늘 찍었을 때는 찍는 느낌도 안 좋았고 도장이 반 밖에 안 찍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반만 찍혀서 이중으로 도장을 다시 찍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진(47)씨는 이미 지난 9일 사전투표를 했지만 아내를 따라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 투표장에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가하네요”라고 말했다.
휴가 중 투표소를 찾은 군인도 있었다. 이등병 A씨는 “휴가를 나와서 잠깐 시간을 내 투표소에 들렸다. 군인이라서 언론 인터뷰 시에는 부대장 허가를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소를 잘못 찾아 다른 투표소로 갔다.
○… 서울 중구 장충고등학교 1층 도서관 다산동 제3투표소에는 오전 7시20분까지 120여명이 투표를 마쳤다. 투표장을 찾기 어렵다고 항의하는 시민이 있었다.
박종민(65)씨는 학교는 찾기 쉬웠지만 투표장이 있는 도서관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투표소를 찾지 못해 투표를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출근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투표 안 해”라고 화를 냈다.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두 번이나 투표소를 잘못 찾았다며 A4 용지에 주소를 받아들고 빠르게 투표장을 벗어났다.
오전 7시쯤 투표소를 찾은 이춘자(77·여)씨는 새벽예배를 마치고 투표소에 왔다고 했다. 그녀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다니는데 오늘 수요예배가 있어 투표 끝나고 곧바로 교회에 가서 기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전 7시10분쯤 신미자(35·여)씨는 초등학생 아들 이승빈(11)군과 함께 투표장을 찾았다. 신씨는 “아이들이 어려서 조금이라도 빨리 투표하고 가려고 일찍 투표장에 왔다”고 했다. 이군은 곂에서 “투표하는 건 처음 봐서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투표 현장] “도장이 이상하게 잘 안 찍히던데요” 불만도
입력 2016-04-13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