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현장] “맘에 드는 후보 없어요. 덜 나쁜 사람 뽑아야죠”

입력 2016-04-13 10:05 수정 2016-04-14 10:03
청운효자동 제2투표소

4·13 총선일 당일 아침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제2투표소 청운동 자치회관에는 서둘러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곽정호(53)씨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바쁘지만 투표는 꼭 해야하는 일이라 출근 전에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바쁘신데 투표는 꼭 하러 오셨네요.
=투표는 해야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매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꼭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으셨는지?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으며) 아니요. 페북에서 돌아다니잖아요 투표는 나쁜 놈들 중에서 덜 나쁜놈들 뽑는거라고.

-지지하는 후보랑 지지 정당이 일치하세요?
=이번에는 일치해요

○…청운동 자치회관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한 유권자는 65세 이강진씨였다. 인테리어업을 한다는 송씨는 오전 5시44분 현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그는 1등으로 온 사실이 멋쩍었는지 ‘원래 지금쯤이면 사람들 다 줄 서 있어서 빨리 온건데…’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빨리오셨어요?
=이거 하고 빨리 일하러 가야해요.

-1등으로 오셨어요.
=지난 총선때도 비슷한 시간에 왔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투표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네 전 한번도 빠뜨린적 없어요. 그냥 일하는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은 투표말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투표해야죠.

-아내분은 같이 안 오셨어요?
=지금 자고있어. 이따 따로 온대.

-저도 투표 아직 안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안해요. 우리 사무실에도 한번도 투표를 안했다는 애들도 있어. 30댄인데.

-마음속으로 생각해놓으신 후보, 왜 뽑으시려는거에요?
=정직해보여서.

-혹시 지지 정당이 지난 총선이랑 바뀌셨어요? 바뀌셨으면 왜?
=그냥 남탓만 하는게 보기 싫더라구 (웃음)

○…52세 A씨는 지하1층 투표소가 낯선 듯 “60년만에 처음으로 지하에서 투표하면서 제대로 안내도 안 해준다”며 투덜댔다. 그는 통인시장에서 그릇가게를 하다 접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난 여기서 나고 자랐어요. 이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 토박이야. 3~4대가 여기서 살았다고. 여기 사람들 말이 얼마나 많고 무서운데. 그래서 지원을 많이 바라지. 투표율도 엄청 높고. 통인시장이 살아나서 옥인동도 엄청 뜨고. 그래서 건물 없는 사람들은 다 쫓겨났어. 임대료가 세 배가 올랐다고. 나도 그래서 그릇장사 접고 지금 아르바이트해.”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