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일 아침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제2투표소 청운동 자치회관에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살 난 남자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현시원(34·여)씨는 왜 투표하러 나왔는지를 묻자 막힘없이 이유를 설명했다. 현씨는 특히 이번 총선이 정말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현씨는 “원래 제가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까 눈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어린이집 문제만 해도 어떤 국회의원을 뽑는지에 따라서 많은 게 바뀐다”고 말했다.
정부과 정치권에 대해서도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현씨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을 너무 무시한다고 생각해요. 선거를 그냥 게임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면서 “정책을 가지고 겨루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의 지적 수준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그래서 아 이제는 구체적 현안을 가지고 투표를 해야겠다, 한표를 행사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선거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한 바뀌었다고도 했다.
“지금 인왕산 아래 어린이집 유치를 두고 논의 중인데. 아직 정해진건 없지만. 어린이집을 어디에 위치시키는지도 정치적 이슈가 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교육환경, 공기오염, 여성문제까지 다양한 정치 이슈가 있었고요. 아이가 생기다보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도 있고. 이런 얘기하면 ‘맘충’하면서 이익집단처럼 보는 눈도 있어서 조심스럽긴 한데..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어요. 아이를 낳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요즘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것도 있어요. 이젠 좀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 여성경력단절이나 어린이집CCTV..물론 그 여자가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그게 개인의 문제라기보단 그게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아닐까. 우리가 정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못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이젠 구체적 관심을 가져야겠다. 정책결정이 중요하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아이를 낳고 세상을 좀 더 다각도로 보게 된 것 같아요.”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투표 현장] “정부가 국민 무시해요, 그래서 나왔죠”
입력 2016-04-13 09:36 수정 2016-04-13 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