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고재 갤러리 4월 13일부터 5월 15일까지 개인전 ‘노 디렉션 홈’ 신작 11점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화가 진 마이어슨(44)은 1972년 인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 미네소타 가정으로 입양됐다. 주변 사람들이 “너는 어디서 왔니?”라고 물을 때 방향을 잃고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릴 적 말도 통하지 않고 혼자 지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외삼촌 제임스 로젠퀴스트(83)의 도움을 받았다. 외삼촌 로젠퀴스트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슈타인과 함께 미국 팝 아트 운동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로 꼽힌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초상, 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시보레 자동차 바퀴를 묘사한 ‘대통령 선거’(1960~1961/1964)가 대표작이다.
마이어슨은 외삼촌의 작업실에서 작품과 작업 과정을 보고 겪으며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역사학자이자 교수였던 부친과 함께 미국 내 여러 도시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자주 찾은 일도 큰 도움이 되었다. 1995년 미니애폴리스 예술대학에 진학한 그는 학사를, 1997년 펜실베이니아 예술대학에서 석사를 이수했다.
그는 2006년 영국의 유명 갤러리 사치에서 ‘회화의 승리’ 전에 참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사치갤러리뿐만 아니라 세계 10대 컬렉터인 인도네시아 기업 부디텍과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첼시미술관 등에 소장될 정도로 국제적인 작가로 우뚝 섰다.
뛰어난 묘사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 부단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회화 제작 방식을 창조한 것,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작가 자신의 담론을 회화 위에 펼치는 것, 그러면서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놓아 회화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 이유다.
세계 유수의 전시장에서 초대전을 갖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는 그의 한국 개인전이 13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노 디렉션 홈’(No Direction Home)이라는 제목으로 4m짜리 대작 ‘스테이지다이브’(Stagedive) 등 11점을 선보인다. 2013년 이후 3년 만에 학고재에서 여는 전시다.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팝의 전설 밥 딜런이 2005년 발표한 곡 ‘구르는 돌멩이처럼’의 가사에서 따 왔어요. ‘돌아갈 집도 없고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굴러다니는’이라는 가사가 저의 상황이나 작업을 대변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의 작품은 엉켜있거나 휘몰아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 관객들은 작품 앞에서 시작과 끝이 어딘지 방향을 잃고 한참 응시하게 된다. 찌그러지거나 뒤틀리고 또 통째로 이어진 듯한 유기적인 도시 풍경을 선보인다. 어디를 그렸냐는 질문에 작가는 내면의 장소를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작업한다. 잡지, TV, 사진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군중, 자연, 건물의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왜곡 또는 해체시킨 다음 캔버스에 붓질로 옮긴다. 속도감과 움직임을 살린 그림 속 도시풍경은 찌그러지거나 뒤틀리면서도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그의 작업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섬세하면서도 압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대표작 ‘스테이지다이브’는 1964년 열린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콘서트를 모티브로 삼았다. 광란의 흥분 상태에 빠진 관람객들은 의자나 속옷을 내던지다 결국 무대로 뛰어들었다. 그러다 스스로 군중 속에 다이빙해 되돌아온 열광의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캔버스 중간에 붓질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둠으로써 조형미를 살린 작품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도 눈길을 끈다. 건축적으로 학고재갤러리 공간은 독특하다. 갤러리 안쪽의 40%는 모던한 건물이며 앞쪽의 60%는 한옥이다.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와 ‘스테이지다이브’ 사이의 한옥 공간에는 나무색과 어울리는 캔버스 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신작들을 걸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에 “교훈을 주거나 가르치기보다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해석은 자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르는 돌멩이처럼’의 마지막 구절을 소개했다. “당신이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으면, 당신은 잃을게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은 이제 안 보여요, 당신은 숨길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솟은 입양아 출신 진 마이어슨 “노 디렉션 홈-구르는 돌멩이처럼” 학고재 개인전
입력 2016-04-12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