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투표권 박탈은 2년 징역, 천만원 벌금입니다”

입력 2016-04-12 11:26 수정 2016-04-26 15:08
투표함을 들고 뛰어라. 투표권을 뺏으려는 세력은 항상 존재해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직장인 C씨(36)는 총선인 13일 출근을 한다. 조근인데다 당직근무라 투표시간인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간을 낼 수 없다. 집에서 근무장소가 멀어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투표하기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런데도 C씨는 달리 타개책이 없다. 투표를 못한다고 근무 결원을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투표할 시간을 마련해달라는 얘기를 꺼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내 한 표로 투표 결과가 달라지겠어”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상류층의 투표율은 하류층의 그것보다 높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 발표 결과다. 소득 상위 20%의 투표율은 100%에 달하는 데 반해 하위 20%의 투표율은 71%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고소득층-저소득층 투표율 격차는 전체 34개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우리는 상황을 타개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 대학 반값등록금 공략이 뒷걸음질 치고, 매출 24조원의 대기업이 법인세를 한푼 내지 않아도 잠자코 있는다. 정치는 사익의 공공화라 한다. 정치로 사익의 성취를 이루지 못한 패배의 기억이 뇌리 가득 학습된 것이다.

노동법에 명시된 공민권 행사의 보장

근로기준법 제10조 공민권 행사의 보장 조항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같은 법 11조는 공민권 행사의 적용 범위를 밝히고 있다.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입구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드론을 이용해 투표참여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공민권 박탈…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투표하기 위한 휴무를 요청할 때 이를 허락하지 않는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의 위반은 사업주의 거부 자체로 성립하며 근로자에게 그 권리를 행사했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등에서 “공민권은 근로시간 외에 행사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더라도 효력은 없다.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 시민이라면 투표할 권리가 있음을 법이 확인한 셈이다.

투표할 수 없는 노동자… 구제 방법이 있나요? “사실은 없습니다”

하지만 인권노무사 이관수(33)씨는 “10년 동안 노무사로 일하며 회사가 투표를 못하게 한다고 찾아온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임금체납이나 퇴직금 청구는 퇴사하고 나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할 수는 있어도 계속 근무해야 하는 자가 투표를 이유로 상관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C씨 역시 “다른 이유도 아니고 투표를 못했다고 상사를 고발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역시 “투표 못했다고 상사를 고발하면 회사에서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낮췄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홍보 ‘유권자 시선을 잡아라’ 캠페인에서 무인 비행선을 띄워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무기명 신고·3자 신고·일제 점검 등 공민권 독려 실효성 높여야

공민권 박탈은 당사자가 직접 구제 내지 진정 신청을 해야한다. 이 노무사는 “무기명 신고로 사업주를 고발할 수 없다”며 “시민단체에 제보하는 등 3자를 이용해 고발하면 좋겠지만, 이 제보 역시 당사자가 아니면 성립되지 못한다”고 단정 지었다. 

이 노무사는 “3자 신고가 되지 않을 때 조직 내의 불이익 처우 부담으로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고 반문했다. 그는 “사업자가 투표에 대한 인식을 하고 공민권 법 취지에 맞춰서 운영을 하기 위해선 처벌 규정이 강화된다든지 노동부에서 일제 점검을 하는 식으로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실효성 갖춘 법이 필요하다”고 몇번을 되뇌었다.

“다 같이 분노하자. 합리적으로 저항하자”
재벌 3세의 ‘갑질매뉴얼’이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그동안 갑질매뉴얼만 있었지 흙수저를 위한 매뉴얼이 없었는데요. 흙수저매뉴얼은 그들이 만든 매뉴얼과 동등한 매뉴얼을 함께 만드는 작업입니다. 주제는 흙수저들이 겪은 불합리함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혹 매뉴얼을 이행하시는 흙수저께서는 인증을 카페에 올려주시면 기사화 해드리겠습니다.

흙수저 매뉴얼 카페에서 제보를 받습니다. 무기명으로 자유롭게 흙수저들의 열악한 상황을 고발할 수 있습니다. 다 함께 고민한 해결책은 “흙수저매뉴얼”로 기사화됩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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