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소재 A대학교의 이공계 학과에서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신입생들에게 캉캉춤을 강요했다는 고발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해당 학과 관계자는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는 전통적인 학과행사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논란은 이 학교 학생 C씨가 최근 페이스북에 고발글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C씨는 “B학과에서는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1학년 신입생들을 매일 (오후) 7~9시까지 굴리고 있다”면서 “직접적으로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저귀를 차게 하고 치마를 둘게 하는 상식 밖의 율동을 시킨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이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데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곧 중간고사 기간인데 시험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습니다. 금요일 밤에도 집에 갈 수 없고 병원에 간다면 진단서를 떼 오라고까지 하네요.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피해가 너무 큽니다.”
고통스럽지만 선배들의 보복이 두려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대착오적 발상과 행동들은 공론화돼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최근 대학 ‘똥군기’ 사건이 잇따라 논란이 돼서인지 C씨의 글은 삽시간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해당 학과 관계자가 해명글을 올렸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캉캉춤 연습이)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서로서로 재미있게 하자는 분위기에서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기저귀는 선배들이 채운 게 아니라 신입 남학생들이 직접 상의해서 정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불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요.
“아직 연습을 1주일도 안 했고 하기 싫은 사람 억지로 안 시킵니다. 20살이면 성인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안 하고 싶은 것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관계자는 캉캉춤은 전통인 만큼 없애기보다 장점을 이어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신입생들이 어떻게 하면 동기들과 친해지고 소외되는 친구가 없이 학교생활을 할까 하다보니 일이 커진 것 같다”면서 “소문에 대해 오해 없길 바란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해명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분명 강압적인 상황인데도 자율적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캉캉춤을 강요당한 학생의 가족이라는 D씨가 나섰습니다. D씨는 ▲아파서 수업에 가지 못한 학생도 저녁 7시까지 빠지지 않고 운동장에 오게 했으며 캉캉 연습하는 친구들을 2시간동안 보게 한 점 ▲캉캉 연습 중 쉬는 시간에 1학년들은 열 맞춰 앉아 조용히 해야 하고 선배들이 떠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점 ▲연습 중 열심히 하지 않던 남학생을 따로 불러 혼자 춤을 추게 하고, 학생이 선배에게 대들자 학생회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오라고 한 점 등을 나열하고 해명을 요구했는데요.
D씨는 “왜 이공계 학과 아이들이 매일 저녁 2시간을 캉캉 연습에 매진해야 하느냐”면서 “평일 저녁에 연습하느라 타 지역 학생들은 차 시간을 놓쳐 금요일에 집에 가지도 못하는 게 옳으냐. 정말 2학년 학생들은 캉캉이 행복한 추억이냐”고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추억이라고 보기에는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는 반응입니다. 비록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오물이나 막걸리를 뿌리는 가학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지성과 자유의 상징이어야 할 대학에서는 불필요한 강압적인 행사라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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