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미 국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촉구

입력 2016-04-12 08:43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11일(도쿄 시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기자들과 만나 “모두가 히로시마를 방문해야 한다”며 “언젠가 미국의 대통령도 그 모두의 한 명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다음 달 26∼27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가능성을 흘려 여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피폭 당시의 참상을 전하는 공원 내 원폭 자료관을 참관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정 시점에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할지, 안할지는 모르겠다”며 “대통령의 복잡한 스케줄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할 경우 미국 내에선 원자폭탄 투하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은 줄곧 이 원폭 투하를 2차 세계대전을 종식하고 미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필요악’으로 규정해왔다.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유약하다고 비판해온 공화당이 정치공세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 이후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