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미 대사를 전격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에 비유하고 국경에 불법이민자 차단을 위한 대형 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한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을 문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멕시코 외무부는 지난 5일 부임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은 미구엘 바사네즈 주미 대사를 교체한다고 미국 정부에 통보했다.
클라우디아 루이스 마시우 멕시코 외무장관은 지난주 멕시코 지역 라디오 방송에 나와 “미국 대선에서 반(反) 멕시코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기류는 멕시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외무부는 바사네즈 대사의 후임으로 카를로스 마누엘 사다 솔라나를 지명했다. 멕시코 내 대표적 미국통으로 통하는 신임 대사는 주미 대사관에서 의회 참사관으로 근무한 데 이어 뉴욕과 산 안토니오, 토론토의 총영사로 일했다.
풍부한 미국 근무경력과 폭넓은 미국 내 인맥을 가진 신임 대사가 미국 내의 반(反) 멕시코 정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멕시코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부임한 지 불과 몇 개월 밖에 안된 주미대사를 교체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그만큼 멕시코 정부가 트럼프 발언에 얼마나 분노하고 불쾌감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에 분개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초 트럼프를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와 베니토 무솔리니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멕시코, 트럼프 대응 소홀 이유로 주미 대사 소환
입력 2016-04-12 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