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철이면 산란기를 맞아 전신주에 둥지를 틀려는 까치와 철도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간의 짓고 부수는 전쟁이 이어진다. 하루 3300회 가량의 열차를 운행하고 전기 철도 구간이 대부분인 코레일에서는 급전장애의 주범인 전차선 주변 까치집이 경계 대상일 수밖에 없다.
2만5000V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차선에 까치집에서 나온 철사나 옷걸이가 떨어진다면 폭발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애초부터 까치가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전신주에 방지 설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까치들의 산란기인 3월 초부터 5월까지 해당 직원들은 선로에 전기가 차단된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5∼6m 높이의 철제빔 속의 까치집을 직접 수작업으로 털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까치들은 원래 훌륭한 건축가여서 보기엔 엉성하지만 강풍에도 견딜 정도로 견고하고 짜임새 있게 둥지를 짓기 때문에 제거 또한 쉽지 않다. 또한 알을 낳기 직전에서 하루에서 이틀 정도면 집을 짓고 처음 둥지 튼 곳을 다시 찾는 조류의 습성 때문에 수시로 제거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코레일 측도 까치가 어렵게 지은 집을 무조건 허무는 것은 아니다. 선로운행에 지장이 없는 전차선에서 1m를 벗어난 곳의 철도 시설물에 지은 둥지는 허물지 않고 있다.
코레일은 2007년부터 전차선 주변 위험요인을 국민이 직접 신고하는 ‘전기철도 위험요인 신고포상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전기철도 위험요인 신고 포상제도란 전차선 주변 1m 이내에 까치집, 폐비닐 등 위험요인을 가까운 역이나 ☎080-850-4982로 신고하면 상품권을 증정하는 제도다.
전재근 코레일 전기기술단장은 “사전에 전차선 인근 위험요인을 제거해 안전한 철도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로 인근 주민들과 열차 이용객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했다.
글.사진=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지으면 부수고, 까치와의 춘쟁(春爭)중인 코레일
입력 2016-04-11 20:39 수정 2016-04-12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