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겨자씨] 붉은 아끼꼬를 위한 기도

입력 2016-04-11 19:11
서울 여의도공원 명자꽃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님 품 안인데도 그 품 안이 겨운지 우리들 취향과 생각대로 꾸밉니다. 그러다 보니 ‘품 속의 품’을 만들어 주님의 미소와 온기를 애써 떨쳐내는 꼴이 됩니다. 나무 무늬목 시트지로 발라놓고 마치 그것이 ‘힐링’이라고 자기 만족을 합니다.

도시의 삶은 이제 나무 무늬목 시트지에 포위된, 검은비닐봉지에 싸인 짠 고등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 소금기마저 없다면 이내 썩어버릴 겁니다.

요즘 산당화가 한 창입니다. 명자꽃이라고도 합니다. 장미과의 이 꽃은 붉은 동백처럼 강렬합니다. 선홍색은 마치 예수의 보혈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명자’ 일본식 발음으로 아끼꼬인데 저는 이 꽃을 볼 때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각납니다.

그 암울한 시대, 명자라는 일본식 한글 이름을 가진 소녀들은 위안부로 강제 차출되어 아끼꼬로 불렸겠지요. 조국을 잃고 분단된 이스라엘과 유대 백성이라고 왜 안 그러했겠습니까. 하나님의 무수한 경고에도 백성의 소리를 듣지 않던 바리새인들은 결국 식민지 백성을 만들고 말았지요.

저리게 아팠을 아끼꼬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 저린 세월을 산 늙으신 아끼꼬 할머니들은 오늘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도회를 엽니다. 곧 그들은 천국에 갈지라도 이 땅에 ‘소녀상’으로 남아 우리를 위해 주먹을 쥐고 있을 겁니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