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모(38·여)씨는 2013년 8월 의붓딸 김모(당시 8세)양이 ‘텔레비전을 보는데 시끄럽게 한다’며 발로 배를 수차례 밟았다. 우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주먹으로 얼굴과 배를 때리기도 했다. 김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임씨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이른바 ‘칠곡 의붓딸 사망 사건’이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늘진 곳에 숨죽인 ‘피해 아동’을 얼마나 찾아내고 있을까. 학대 받은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을까.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1일 이런 무거운 질문을 놓고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아동학대 예방·근절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해 발표된 아동학대 주요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피해아동 발견율(전체 아동 중 학대 사례로 확인된 아동의 비율)은 1000명당 0.73명이었다. 같은 해 미국(9.13명)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피해아동 보호조치도 허술하다. 피해아동 1만1709명 가운데 8581명(73%)이 원래 가정에서 초기 보호조치를 받았다. 시설 등의 장기보호는 235건(2%)에 그쳤다. 7761명(66%)는 최종적으로 원래 가정에 돌아갔다.
가해자 중 7275명(62%)은 ‘지속 관찰’ 처분만 받았다. 고소·고발된 가해자는 3561명(30%)에 불과했다. 아동학대로 2010~2014년 숨진 아이들은 모두 65명이었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 대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최근 ‘인천 여아 탈출 사건’ ‘평택 어린이 사망 사건’ ‘부천 여중생 살해 사건’ 등 예전과 판박이인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여변 소속 변호사와 현직 검사, 판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현장의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도출해보자는 취지였다. 여변 신진희 인권이사는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일 경우, 가해자가 아닌 배우자가 변호사 선임이나 범죄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며 “만 13세 미만 피해아동의 경우 국선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서울가정법원 권양희 부장판사는 “짧은 시간에 피해아동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 국선변호사도 있지만, 부모 주장만 받아들여 ‘아이를 무고죄로 고소하라’는 법률 자문을 해준 변호사도 있었다”며 “국선 변호사들에 대한 (아동학대 사건) 업무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변은 △아동학대살해죄 신설 △법원 보호처분 불이행자의 처벌 확대 △피해아동 맞춤형 보호시설 확충 등을 제안했다. ‘부모에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의무화하자’는 방안에는 모두 공감대를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한진희 검사는 “올해 예비 중·고등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교육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가정법원은 이달부터 이혼 부부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의무화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학대 아동 보호도 허술, 3분의 2는 ‘그냥 집으로’
입력 2016-04-12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