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상한 3분’ 농협중앙회 선거 불법문자 의혹

입력 2016-04-12 00:02 수정 2016-04-12 10:37

‘농협중앙회장 불법선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월 선거 당일 김병원(63·현 농협회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 3건이 1분 간격으로 대량 발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특정후보 밀어주기’ 문자 유포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한다.

지난 1월 12일 오전 11시40분부터 진행된 농협회장 1차 투표에서 이성희(67) 후보가 1위,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최덕규(66) 후보는 3위에 그쳤다. 검찰은 1, 2위 간 결선투표가 시작되기 몇 분 전인 낮 12시54분과 55분, 56분에 3건의 문자가 강원·경남·경북·부산·대구 등 5개 지역 대의원들에게 연이어 발송된 사실을 파악했다. 발신번호 ‘010-7420-××××’인 문자에는 ‘2차에서는 장기집권을 막고, 화합할 수 있는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주세요. 최덕규 올림’이란 문장이 담겼다. 3건 모두 유사한 내용이었지만, 형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한다. 1차 2위였던 김 후보는 최 후보 지지자들의 표를 상당부분 흡수하면서 역전에 성공, 제23대 회장에 당선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는 1차 개표 이후 10여분 만에 3건의 문자가 집중 발송된 점 등에 비춰 2, 3위 후보 간 사전 조율 가능성을 주목한다. 1차 투표 이후 두 후보 진영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문제의 문자 발송자로 지목된 최 후보 캠프 인사 김모씨를 지난 6일 구속했다. 이 과정에 명의를 빌려준 농협대 A교수도 입건했다.

검찰은 조만간 최 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범행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회장 선거를 전후한 최 후보의 전화통화 내역,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 내용 등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는 2007년과 2011년 농협회장 선거에서도 출마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친 전력이 있다. 2007년 선거 때도 1차 탈락했지만, 결선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2위 최원병(21·22대 회장) 후보를 지원해 최종 순위를 바꿨다. 최원병 김병원 최덕규 후보 3파전으로 치러진 2011년 선거에서는 투표 하루 전 최덕규 후보가 돌연 사퇴했고, 최원병 후보가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반대로 김 후보가 최덕규 후보의 덕을 본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과거 농협회장 선거의 진행 과정과 양상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