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태풍은 없었어도 바람은 불었다

입력 2016-04-11 16:22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세월호 참사’처럼 20대 총선에선 선거판을 관통한 대형 이슈가 없었다.

그렇다고 바람이 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야 텃밭의 이변 조짐이 대표적이다. 경제심판론, 야당심판론을 각각 내세운 여야는 오히려 텃밭에서 심판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새누리당 아성인 영남에선 ‘백색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경선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공천 배제된 인사들이 시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잇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 동을의 유승민, 대구 동갑의 류성걸, 대구 수성을 주호영 후보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북·강원 등지에서도 새누리당 공천을 못받은 무소속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백색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벌였다. 또 서청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무소속 후보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는 박근혜정부이고 새누리당 당원”이라며 돌아선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지지자들을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역대 총선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난전은 광주에서도 벌어졌다. ‘녹색 바람’이 분 것이다. 11일 국민일보가 각 당이 분석한 판세와 지역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광주·전남 18개 선거구 중 국민의당 후보들이 10곳 이상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우세 또는 경합 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더민주는 녹색바람이 수도권 호남 출신 유권자에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선거 판세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백색·녹색바람은 여야의 내부 문제로부터 기인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 싸웠고, 더민주는 공천 전에 대거 탈당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두 개의 당으로 갈라졌다. 특히 유권자들은 한 때 식구였던 인사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되자 그 책임을 기존 정당 후보들에게 묻는 양상이 전개됐다는 것이다. 대구와 광주의 총선 사전투표율은 경합지역을 중심으로 2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부쩍 높아져 이들 지역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도 반영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