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해안에 떠내려온 ‘유령선’의 시신들은 “더 많은 고기를 잡으라”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 비서의 명령을 수행하던 북한 병사로 추정된다고 LA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몬젠마치 인근 바닷가에서 ‘국가안전보위부’ ‘조선인민군’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선박이 14척 이상 발견됐다. 일본 구조당국은 선박에서 30구가 넘는 시신을 건졌다. 9m 길이의 작은 목선에는 너덜너덜한 북한 국기가 달려있었다. 대부분 뒤집히거나 반쯤 물에 잠긴 채 표류하는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을 실은 ‘북한 유령선’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LA타임스는 하루에 선박 3채가 발견돼 시신 10구를 건져낸 적도 있다고 일본 해경을 인용해 보도했다. 선박 안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심하게 부패돼 신원과 사망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민간인 복장을 한 이들의 배낭에서는 김정일 배지가 발견됐다.
그동안 시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추측만 무성했다. 탈북자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차가운 폭풍이 몰아치는 한겨울에 동해 바다로 탈출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이 최근 수 년 간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이가쿠인 대학의 미야모토 사토루 교수는 선박 사진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을 분석해 표류 선박에서 발견된 시신을 북한군 병사로 추정했다. 이들이 군인이라면 보위부 수산사업소에 소속됐을 가능성이 크다. 군에서 소요되는 생선을 잡기 위해 배를 타고 무리하게 나섰다가 거친 파도에 휘말려 빠져죽거나, 굶어죽거나, 저체온증으로 희생됐다는 것이다.
미야모토 교수는 군인들이 생선잡이에 나선 이유를 지난해 11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유추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북한군 어장을 순시하다가 얼어붙은 생선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사진과 함께 “더 많은 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열정을 평생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보도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이후 북한군이 조업에 익숙하지 않은 병사들을 배에 태워 바다로 보냈고, 결국 조난을 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