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76단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1976년 연출가 기국서와 배우 기주봉 형제, 무용 평론가 김태원, 배우 송승환(현 PMC프로덕션 대표) 등이 창단한 76단은 부조리극 중심의 실험극 운동을 표방했다. 극단의 이름은 창단한 해에서 따온 것으로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로 창단공연을 가졌다. 이후 젊은 연출가 기국서가 본격적으로 극단을 이끌면서 활기를 찾게 됐다.
1978년 국내 초연한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은 76단을 젊고 패기있는 극단으로 각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의 연극과 달리 줄거리와 무대장치도 없이 관객을 모독하고 도발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이 작품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젊은 관객을 열광시켰다. 이후 이 작품은 극단의 고정 레퍼토리가 되어 지금까지도 공연되고 있다. 76단은 80~90년대엔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리어왕’ 안에 다양한 이슈를 변주한 무대로 풀어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연극의 사회적 의미보다 엔터테인먼트가 중시되고 대학로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요즘 공연계 환경 속에서 고전을 겪어 왔다.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40년 동안 연극적 실험과 끊임없는 도전을 펼쳐온 76단은 수많은 연출가와 배우들을 배출해 냈다. 특히 한국 연극계의 중견으로 성장한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극단 골목길 대표)과 김낙형(극단 죽죽 대표)은 대표적이다.
76단이 올해 40주년을 맞아 기국서의 ‘리어의 역’, 박근형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김낙형의 ‘붉은 매미’ 등 신작 3편을 4~6월 대학로 선돌극장과 게릴라극장에서 잇따라 올린다. 76단에 뿌리를 둔 두 극단이 40주년을 함께 축하하는 감동적인 순간이 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리어의 역’(4월 20일~5월 8일 선돌극장, 6월 1~5일 게릴라극장)은 기국서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창작극이다. 평생 리어왕을 연기해온 배우를 주인공으로 오늘날의 세태와 연극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근형의 ‘죽이 되든, 밥이 되든’(5월 18~29일 게릴라극장)은 산전수전 모진 풍파를 겪은 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자식들과 떠난 마지막 순례길에서 인생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김낙형의 ‘붉은 매미’(6월 8~12일 게릴라 극장)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현대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잃고 망가져가는 세 남녀의 모습을 그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극단 76단의 40주년 기념하는 기국서, 박근형, 김낙형
입력 2016-04-11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