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유 영역이었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에 11일부터 은행도 뛰어들었습니다. 고객이 직접 투자 상품을 결정하던 ‘신탁형’ ISA와 달리,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뒤 관련 권한을 위임받아 돈을 대신 굴려주는 게 ‘일임형’ ISA입니다. 신한·KB국민·우리·기업은행 등이 먼저 상품을 팝니다. 은행 창구에서 일임형 ISA를 문의하기에 앞서 금융 소비자가 꼭 알아야할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은행의 일임형 판매는 처음
ISA는 계좌 하나에 예금과 적금은 물론 고수익 고위험의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등 온갖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넣어 운용하면서 세금 혜택을 보는 상품입니다. 비과세 혜택이 크고 편리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5년간 돈이 묶여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뉘는데, 지난달 14일 은행권에선 신탁형만 시작됐고, 증권사에선 신탁형 일임형 모두 다룰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판매 3주차인 지난 1일 기준 ISA 가입금액은 신탁형이 6866억원(98%), 일임형 126억원(2%)로 일임형이 좀 부진했습니다.
투자일임업은 그동안 증권사만의 영토였습니다. 펀드나 파생상품 등 공격적 투자를 하는 노하우는 은행보다 증권사 쪽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ISA에 한해 은행에게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서 판도가 변하게 됐습니다. 당장 11일부터 700군데가 넘는 시중은행 지점에서 관련 상품이 판매됩니다. 원리금 손실도 가능한 금융상품이 창구에서 쉽게 예금자들과 만날 기회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신탁형 보다 고비용 고위험 고수익
위험한 투자라는 건, 고수익 투자란 뜻이기도 합니다. 증권사 일임형의 경우 펀드매니저 등이 직접 자산을 운용해 위험 수익이 더 붙는 경향이 있는데, 은행권 일임형은 이보다 위험도를 조금 낮췄습니다. 미리 정해진 모델 포트폴리오(MP)에서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일임형 ISA 모델 포트폴리오의 이름은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등으로 구분됩니다. ‘위험’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명입니다. 기업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아 자산배분을 결정합니다. ‘고위험’의 경우 최소 5만원부터 1회 납입이 가능한데, 해외선진국 및 국내성장형 펀드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를 맡기는 대가로 소비자는 맡긴 금액의 0.5%를 은행에 내야 합니다. 수수료, 사업비 격인 이른바 ‘일임 보수’입니다. 고비용 고위험 고수익 투자란 의미입니다.
신한·국민·우리·기업부터, 농협·하나는 나중에
일임형 ISA 상품 출시를 조금 미룬 은행도 있습니다. 농협은행은 오는 20일 이후에, KEB하나은행도 관련 상품이 설계되는 대로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은행에 따라 일임형 ISA 출시에 시차가 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관련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일임형영업 등록을 하고 관련 모델 포트폴리오를 당국에 제안한 뒤 영업일 기준으로 7일 이상 심사를 거쳐 최종 허가여부가 결정됩니다. 또 농협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은 금융지주회사 형태여서 다른 계열사에 이미 증권사가 일임형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3개월 투자수익 지켜 본 뒤 결정
모든 금융투자의 공식인데, 석 달은 치켜봐야 합니다. 아직까지 은행의 일임형 ISA가 어떤 실적을 낼지 알 수 없습니다. 3개월 정도 모델 포트폴리오를 굴려봐야 은행별 모델별 수익률 평가가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까지 금융사별 신탁형 일임형 비용과 수익률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비교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중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 관계자도 “ISA는 5년간 돈이 묶이는 만큼 충분한 실적 비교 후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