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대구 남부교회 이국진 목사,'스프링 캠프와 팔푼이 인생'

입력 2016-04-11 10:58

4월 야구의 계절이 시작됐다. 금년 정규 시즌 우승자는 누가 될 것이며, 한국 시리즈에는 누가 진출하게 될 것이고, 결국 누가 마지막에 웃을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의 야구도 흥미진진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어떨지도 무척 궁금하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둔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 선수에 이어 금년에는 박병호, 이대호, 오승환, 최지만, 김현수 선수가 새롭게 뛰어들었다. 이미 박병호 선수와 오승환 선수는 자신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메이저리거임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김현수 선수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김현수 선수는 일명 타격기계로 불리며 한국에서 대단한 성공을 이룬 선수인데 볼티모어 오리올즈 팀에서의 시작에 위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특히 김현수 선수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그가 나의 신일고 후배이기 때문이다. 나는 14회, 김현수 선수는 37회로 23년의 세월차가 있지만 그의 성공을 속으로 간절히 염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현수 선수는 스프링 캠프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그는 17번의 경기에 출전해 저조한 성적인 0.178의 타율(45타수 8안타)을 기록했다. 내용면으로도 장타는 없었고 감독과 팬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줄만한 타격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볼티모어 팀의 감독과 구단주는 김현수 선수를 마이너 리그로 보낼 것이라는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김현수 선수를 압박하게 됐다. 다행히 김현수 선수는 마이너리그 행 거부권을 행사하여 주전 멤버에 이름을 올린 채 정규 시즌을 맞이하게 됐지만 그가 출전 기회를 제대로 얻을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벤치에 앉아서 착잡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 김현수 선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안쓰럽다.

사실 김현수 선수는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 첫 7게임에서는 안타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반면, 그 이후 10경기에서의 타율을 보면 0.347로 상당히 높은 타율을 보여줬다. 만일 앞으로 김현수 선수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강정호 선수처럼 뒤늦게 시동이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강정호 선수도 스프링 캠프 때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었다. 그의 성적은 18경기에 출전해 0.200의 타율(45타수 9안타)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리고 강정호의 2015년 정규 시즌은 4월 28일까지 0.182의 타율(22타수 4안타)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강정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고, 강정호를 기다려 줬다. 그리고 그러한 인내의 열매는 강정호 선수가 피츠버그 팀 내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된 것으로 나타나게 됐다.

물론 나는 야구를 잘 모른다. 감독은 나보다 선수를 훨씬 더 잘 알 것이고 단순히 김현수 선수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 기용 가능성 여부와 함께 생각하게 될 때 김현수 선수만을 생각하는 나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김현수 선수를 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쉽게 감독이나 구단주를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프로의 세계는 그만큼 냉정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좀 더 기회를 주고 좀 더 인내하면 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선수를 겨우 스프링캠프 성적으로 내치려고 했다는 점이 너무나도 아쉽다. 스프링캠프 후반에는 타율이 3할대를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볼티모어 팀 감독과는 달랐다. 초라한 인생의 성적표를 가진 우리들을 보고서 우리를 지옥이라는 마이너리그로 보내거나 방출할 결정을 하지 않으셨다. 우리의 성적은 0.178도 되지 않았다. 일할도 되지 않은 팔푼이 같은 인생이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아무리 기다려도 열매를 맺지 않고 땅만 버리는 포도나무와 같은 인생이 우리가 아닌가?(누가복음 13장 7절)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를 뽑아버린 것이 아니라 참고 또 참으셨다. 참기만 하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셔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초라한 성적표를 지워버리셨다.

우리는 지금 인생이라는 스프링캠프시기를 살고 있다. 때로는 주변에서 화려한 성적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주눅들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식의 성적이면 방출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우리들의 마음을 누를 때가 있다. 시애틀 팀에서 대타로 나와 메이저리그 데뷔를 한 이대호 선수의 얼굴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어이없이 삼진으로 첫 타석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기회는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기록한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로마서 8장 38~39절)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자.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