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신고자의 스마트폰 빼앗았는데…대법 “절도 아니다”

입력 2016-04-11 09:23
음주운전과 폭력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으려고 휴대전화기를 빼앗은 행위가 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휴대폰을 돌려주려 했지만 피해자가 응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보면 ‘불법 영득의사’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폭처법위반(공동폭행),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절도 혐의로 기소된 최모(28)씨에게 절도를 무죄로 판단, 다른 혐의만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씨는 2014년 3월 12일 새벽 혈중알콜농도 0.082% 상태로 청주대 인근에서 유모(25)씨를 태우고 오토바이를 약 7㎞ 운전했다. 역시 오토바이를 몰며 이 광경을 본 박모(19)군은 최씨의 오토바이를 뒤쫓았다. 박군은 최씨에게 경적을 울리며 오토바이를 세우라고 명령했고, “술을 먹고 운전한 것이냐”고 물었다.

화가 난 최씨는 “내가 술을 먹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너를 끌고 집에 가서 죽여도 아무도 모른다”고 겁을 주며 박군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폭행했다. 일행인 유씨가 박군을 붙잡은 사이 박군이 손에 들고 있던 8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1대를 빼앗았다.

최씨가 박군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은 행위는 이후 재판들에서 쟁점이 됐다. 1심은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봐 모든 혐의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 했다. 박군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으려 잠시 빼앗았을 뿐, 불법적으로 처분하려는 의사는 없었다는 판단이었다.

2심은 최씨가 박군과 헤어질 때 “핸드폰 가져가라”고 말했지만 박군이 응하지 않았던 점을 중요한 대목으로 판단했다. 2심은 “피해자가 휴대전화기를 가져가지 않자 혼을 내준 뒤 나중에 돌려줄 생각으로 가져갔고 이것이 별다른 범행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쉽게 생각했다고 보인다”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키 어려운 중요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박군도 “최씨가 휴대폰을 빼앗아서 가지려고 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요?”라는 최씨 변호인의 질문에 “예”라고 답한 바 있었다. 목격자의 신고로 최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될 때까지 흐른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의 재산가치가 감소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2심 재판부는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