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와 힐러리 만나는 ‘외나무 다리’ 뉴욕 브루클린

입력 2016-04-10 18:39 수정 2016-04-10 18:48
AP/뉴시스

상승세의 버니 샌더스와 위기에 몰린 힐러리 클린턴이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장소는 뉴욕의 ‘인종시장’ 브루클린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뉴욕주 경선에서 브루클린이 양 후보의 승패를 결정지을 장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대의원을 포함 총 291명의 대의원이 걸린 이번 경선 승패는 둘에게 결정적이다. 샌더스는 9일 와이오밍주 승리까지 파죽의 7연승을 이어왔으나 클린턴을 앞서려면 남은 대의원 중 56%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대의원 219명이 앞서 있는 클린턴 역시 대세론을 다시 이어 나가기 위해 이곳에서 샌더스를 크게 꺾어놓을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 있어 뉴욕은 미국의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이념적 고향에 가까운 곳이다. 때문에 이곳에서의 승리는 단순한 1개 주 승리를 넘어서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특히 브루클린은 두 후보 각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브루클린은 샌더스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생물학적 고향이고, 클린턴에게는 이번 대선 유세 캠프가 출범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각종 화려한 커피샵과 고가의 체육시설, 고가 맨션 등이 폐가에 가까운 공동주택 바로 옆에 자리한 브루클린의 모습은 두 후보의 지지세도 극명히 갈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오는 14일 있을 민주당 뉴욕주 경선 토론회가 열리는 장소 역시 브루클린 네이비야드다.
여기 내 땅이야! (AP/뉴시스)

클린턴은 이미 이 지역 유세를 시작했다. 지역 교회 등을 돌아다니며 마치 지역 정치인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지율 역시 힐러리의 우세다. 8일 에머슨대가 발표한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56%를 기록해 38%에 그친 샌더스를 20% 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다.

그렇다고 샌더스 측도 미리 기죽을 건 없다는 자세다. 앞서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미시간주에서 승리를 거뒀듯 불리한 판세를 뒤집는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샌더스가 5일 위스콘신주에서 승리를 거둔 뒤 소감연설에서 “뉴욕주 경선을 승리할 호기를 잡았다”며 의기양양해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이미 샌더스는 뉴욕시와 그 주변에서 홍보비용으로 250만 달러(약 29억원)을 쏟아부어 전력전 태세를 갖췄다. 특히 뉴욕에서 가장 개혁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모인 브루클린에서 표몰이를 해 전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브룩클린에서 뉴욕주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약 94만5600명으로 뉴욕시 전체 경선 유권자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곳 판세에 따라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긴다! 반드시! (AP/뉴시스)

클린턴의 강점은 기존에 다져놓은 주류 공동체와의 굳건한 협력관계다. 기존에 지지를 받은 바 있는 유대인 공동체를 비롯해 카리브해 출신 공동체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우세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샌더스 측은 아직까지 이들에게 접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브루클린에서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양보다 질’을 자랑한다. 개혁 성향의 민주당원 모임인 브루클린중앙독립민주당원모임(CBID)도 샌더스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 지역 의원 하파엘 에스피날과 이곳이 고향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도 샌더스의 편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