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지역의 ㈜죽장연은 전통방식으로 프리미엄급 된장·고추장을 생산하는 농업기업이다. 죽장연은 연구 노하우와 향토기업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결합하면 부가가치를 더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농식품모태펀드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죽장연의 경영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농식품모태펀드 투자조합은 죽장연에 원재료 구매와 제조, 판매를 지역산업과 연계시키고 체험학습장을 설치·운영할 것을 조언하며 1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과 함께 경영노하우까지 덤으로 지원받은 죽장연은 포장라인을 증설하고 추가 연구를 통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많은 23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 안동의 소기업인 ㈜탁촌장은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동 특산물인 ‘안동 참마’를 이용해 쌀국수, 국시 등 즉석제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는 이 기업은 안동시가 출자한 ‘엘앤에스농식품6차산업화투자조합’으로부터 9억원을 투자받은 데 힘입어 농협중앙회와 홈쇼핑 채널 등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했다.
농수산식품모태펀드 운용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이처럼 6차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에 힘입어 재도약하는 기업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이다.
◇6차 산업 동향= 6차 산업은 생산된 농산물을 원물(原物)로 판매하지 않고 지역에서 가공·판매하거나 연관된 체험활동을 공유하도록 함으로서 농업인에게는 부가가치를, 소비자에게는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등 도농 상생을 기대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농업정책이다.
㈜탁촌장의 경영성과처럼 지역의 경영체 성장이 농산물 구입증대 등 지역농업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져 6차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 지역의 농식품 경영체가 지자체가 연대한 ㈜탁촌장 사례는 과거 지역의 작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대형 유통망과의 안정적인 파트너쉽 확보 어려움을 지자체의 신인도와 투자자금을 통해 극복한 경우다. 이에 더 나아가 문경시는 지역 전체를 오미자를 지역 특화품목으로 선정하고 지자체가 주도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6차 산업 투자현황=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농식품 모태펀드는 ‘6차 산업 활성화를 투자재원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법인 형태를 갖춘 농촌지역의 농식품 업체와 가공품 생산업체 등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의 융·복합 발전 추세를 감안, 6차 산업 출자영역을 수출 분야·첨단농업 분야·스마트팜 분야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올해 2월까지 6차 산업에 투자된 규모는 1052억원(투자업체 70곳)이다. 수출·첨단·스마트팜 등 6차 산업부문에 전용하는 투자조합을 구성하는 한편 올해 모태펀드 전체 운용액의 절반 이상인 7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강한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어 관련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단위 6차 산업부문 펀드 출자 현황=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다수의 지자체가 지역농업의 산업화를 기대하며 모태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하거나, 지역의 농식품경영체와 함께 경영활동을 펴는 등 농업농촌의 산업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농식품모태펀드 운용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원장 홍성재)에 따르면 지자체가 출자자로 참여해 운용 중인 농식품투자조합은 4개, 조성된 금액은 470억원(지자체 출자액 61억원)으로 그 중 6차 산업에 투자된 자금은 8건 88억원이다. 지자체 출자금보다 투자액이 더 많은 현상 등은 지역의 특화된 농산업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제도 대폭 개편= 농식품 투자조합 운영제도의 기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자금과 민간의 출자금으로 조성해 민관이 공동 조합원으로 운영하되 투자조합의 대표와 그 운영의 책임은 민간 전문가가 맡는 방식이다.
여기에 정부는 투자금의 일부(통상 60%)를 농식품 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의 투자금 관리 노하우가 활용되도록 함으로서 투자 수익도 거두고 정책목적도 함께 달성하도록 하는 구조다. 최근 투자조건과 규제수준을 큰 폭으로 개선해 6차 산업이 활성화 되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농업에도 산업화 바람= 우리나라 농업은 소규모 자급자족형 생산구조의 특성이 있어 ‘농업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스스로 일어서기 어려운 낙후된 산업’으로 인식돼 왔고 일부 기업화를 하는 경우는 개별 경영자의 역량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 ‘생산구조와 유관기관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역단위의 6차 산업화’가 지역 농산업을 집약화시키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모델로 검토되고 본격적인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지역단위 6차 산업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되는 사업양식은 농산업에 ICT가 융복합되면 생산과정이 정밀해지고 관리가 균일해져 상품의 질이 향상된다. 또 ICT가 유통망과 결합되면 물류시스템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어 지능화된 물류체계는 제품의 손실을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홍성재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원장은 “정부가 최근 농식품모태펀드 운영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업계가 농식품 산업을 여타 산업과 대등한 여건으로 보고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
6차산업 늘려 향토기업 재도약 이끈다
입력 2016-04-10 17:33 수정 2016-04-10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