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호남 민심...사전투표 열기, 만개하는 호남 담론

입력 2016-04-10 16:21

호남 민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사전투표에서 호남이 전국 최고 수치를 기록했고, ‘호남 주도 정권교체론’과 ‘호남홀대론’ 등 호남 중심의 정치담론이 만개하고 있다. 지난 7일 이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폭발하는 호남 여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막판 변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어떤 여파를 낳을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사전투표율은 전남 18.85%(1위), 전북 17.32%(2위), 광주 15.75%(4위)다. 특히 전남에서는 순천(20.18%), 나주(21.55%) 등 사전투표율이 20%를 넘는 지역이 속출했다. 호남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경쟁하면서 투표 관심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야권에서는 서로 다른 ‘호남 담론’도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호남 주도 정권교체’를 주장하자, 문 전 대표는 ‘호남을 볼모로 한 기득권·구시대적 정치’라면서 국민의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까지는 제 1야당인 더민주가 호남에서 크게 뒤진다는 분석이 많았다. 더민주도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은 굉장히 어렵다. 5~6개 정도 (지역구를) 우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 20석 이상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선거 당일까지 추가로 호남을 방문하는 대신 수도권 선거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막판 변수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9일 ‘1박2일’ 호남 방문에 이어 13일 투표를 앞두고 다시 한번 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례적으로 참여정부 당시 호남 출신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지 비율까지 조사한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등 ‘호남 홀대론’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민주 이재경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섣부르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문 전 대표가 (광주에) 잘 내려갔고, 진정성 느껴진다는 평가를 여러 루트를 통해 전달받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저희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전혀 영향이 없다. 기존 지지도 추이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양당의 막판 신경전도 계속됐다. 더민주는 ‘삼성 미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 유치’ 공약과 관련해 국민의당 안 대표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광주의 이용섭(광산을) 후보와 양향자(서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에 처한 광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더민주가 고심 끝에 제안한 공약에 대해 안 대표가 내용도 검토해보지 않고 ‘5공식 발상’이라고 비난한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계파 패권주의’를 정조준하면서 ‘호남 주도 정권교체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전주 지원 유세에 나선 김한길 의원은 “더민주의 당권 쥔 사람들이 계파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려거든 차라리 나가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창당했던 것”이라며 “이번 총선 통해서 호남의 민심이 제 1야당으로는 정권교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해주신다면 이번 선거 끝난 뒤부터 야권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