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을 주름잡아온 중노년층 배우들이 올봄 앞다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경우가 많아서 무대에 대한 애정이 크다. TV 드라마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숙한데다 연기력도 이미 검증받은 만큼 그동안 흥행성적도 좋은 편이다.
올봄 중노년층 배우들이 출연하는 주요 작품은 뮤지컬 ‘친정엄마’(4월 7일~6월 19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4월 9~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연극 ‘장수상회’(5월 5~29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극 ‘그리워 그리워’(5월 9일~6월 25일 KT&G 상상아트홀) 등이다. 50대 중반부터 80세까지 배우들이 주역을 맡아 연기 내공을 펼칠 예정이다.
‘친정엄마’는 연극으로도 여러 차례 공연된 작가 고혜정의 동명 수필이 원작이다. 신중현의 ‘미인’, 박상철의 ‘무조건’, 윤수일의 ‘아파트’ 등 추억 속 가요를 개사해 뮤지컬 넘버로 활용한다. 타이틀롤인 친정엄마는 박정수(63)와 정애리(56)가 맡았다. 박정수는 지난해 ‘다우트’로 연기 인생 43년 만에 처음 연극에 도전하더니 올해 뮤지컬까지 섭렵하게 됐다. 드라마에서 다양한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정애리는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와 연기를 펼친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가족 이야기다. 2013년 초연과 2014년 앙코르 공연에 이은 세 번째 무대로 신구(80)와 손숙(72)이 부부로 계속 호흡을 맞춰왔다. 두 배우의 연기 인생은 신구 54년, 손숙 52년으로 합하면 100년이 넘는다. 늘 무대와 가까이 있었던 두 노장의 묵직하고 사실적인 연기가 가슴을 울린다. 두 노장은 지난해 연극 ‘3월의 눈’에서도 부부로 나왔었다.
‘장수상회’는 2014년 노년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 호평받은 강제규 감독의 동명 영화를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박근형과 윤여정이 연애초보 할아버지 성칠과 그의 마음을 흔든 당찬 할머니 금님을 각각 연기했다. 연극에서는 드라마와 예능을 오가는 ‘국민할배’ 백일섭(72)과 ‘연극계의 산증인’ 이호재(75)가 성칠 역을 맡았고, 연극배우 출신으로 드라마에서 입지를 다졌던 배우 김지숙(60)과 양금석(55)이 금님 역을 맡는다.
사극의 왕 역할 전문이었던 배우 임동진(72)은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2007년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연기활동이 뜸했던 그는 2014년 말 목사 은퇴 후 지난해 드라마 ‘징비록'으로 배우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이번 작품은 딸이 죽은 후 재혼한 사위로부터 외손녀의 결혼식에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작품 기획과 협력연출로도 참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브라운관 주름잡던 중노년 배우들, 올봄 잇따라 무대로
입력 2016-04-10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