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정말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
최근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10일 일요일판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해 가짜 1면(사진)을 발행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을 기반으로 한 144년 전통의 지역 일간지다.
전날인 9일 오후 PDF로 먼저 발행된 이 지면은 1년 뒤인 2017년 4월 9일로 설정됐다. 이 지면에는 트럼프의 사진과 함께 “강제추방이 시작된다(DEPORTATION TO BEGIN)”라는 제목의 기사가 상단을 차지했다. 미국안보관세집행국(ICE) 병력이 3배로 늘었으며 폭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개에게 중국 영부인의 이름을 붙여 주석 내외를 모욕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이외 공화당 대선 경선 토론회 과정에서 트럼프와 척을 진 폭스뉴스의 아나운서 메간 켈리가 백악관의 고발로 법정에 섰다는 기사도 실렸다. 또 “미군 병사들이 IS 대원 가족을 죽이라는 명령에 불복종하다”라는 기사도 있다. 트럼프의 이전 발언대로 미군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의 가족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가정 아래 쓴 기사다.
면 하단 왼쪽에는 왜 이같은 지면을 꾸렸는지에 대해 논설진의 설명이 실렸다. 논설진은 “이것이 트럼프의 미국이다”라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그의 비전이 인상적이라고 느끼겠지만 보스턴글로브의 논설진이 보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지는 면에서는 공화당이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보스턴글로브는 트럼프를 쫓고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를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성향인 크루즈 의원이 트럼프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면서 중재전당대회에서 미트 롬니나 폴 라이언과 같은 후보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스턴글로브는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이 아이디어가 뉴스룸이 아닌 논설실의 아이디어였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미국인들이 트럼프가 불러올 미래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보스턴글러브는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소재로 쓰여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언론계 최고 권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2001년 보스턴 지역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파문 보도 과정을 상세하게 다뤘다. 마이클 키튼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최근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외에도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