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스포) 방지법이 시급합니다.”
시청자들마저 뿔이 났다. 포털 사이트만 열면 인기 프로그램 스포가 쏟아지는 형국이다. 준비된 내용이 미리 알려져 특집이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포와의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는지.
최근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 컴백 소식으로 인터넷이 들썩였다. 젝스키스는 2000년 공식 해체 이후 팀으로 뭉친 적이 없기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들 재회는 MBC ‘무한도전’(무도)이 성사시켰다. ‘토토가’ 시즌2 성격으로 기획한 것이다.
하지만 공연은 열리지 않았다. 무도 제작진은 지난 6일 공식 SNS를 통해 “공연 계획이 미리 공개됨에 따라 7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연일자와 장소가 사전 유출돼 사실상 게릴라 진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후속 논의를 거쳐 재공지하겠다”고 덧붙였으나, 이미 김은 새 버린 상태다.
인기가 많을수록 스포 위험은 덩달아 커진다. 무도는 단골 피해자다. 지난해 ‘식스맨’ 특집 때 여성 비하 구설에 오른 장동민이 새 멤버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여론이 발칵 뒤집혀 결국 불발됐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때는 비밀에 부쳤던 출연자 라인업이 허무하게 미리 공개되기도 했다.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선발된 11인조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도 스포의 희생양이 됐다. 지상파 프로그램 출연을 조율 중이던 와중에 이 소식이 기사화돼 결국 무산됐다. 지상파의 케이블 견제가 여전한 상황이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아이오아이를 관리하는 YMC엔터테인먼트 측은 “출연 확정도 아니었을 뿐더러 데뷔날짜가 4월에서 5월로 미뤄졌기 때문”이라며 “(지상파 출연은)계속 논의 중인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포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이 많다. 기사가 나온 뒤 제작진이 심리적 부담 느꼈다는 것이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tvN ‘응답하라 1988’는 연달아 터진 결말 스포에 골머리를 앓았다. 제작진은 결국 강경책을 내놨다. 내용 사전 유출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제작진은 관계자들에게 비밀 엄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야기는 흘러나간다. 무도는 취소된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 대신 무한상사 특집을 준비했는데 이마저 기사화됐다.
연예 기사 홍수 속에 심화되고 있는 ‘단독’ 경쟁 탓이다. 시청자 알 권리는 물론 중요하다. 다만, 도 넘은 스포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나아가 제작진 의욕까지 꺾어버릴지 모른다. 공생의 미덕을 찾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