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전입금 지자체랑 반드시 협의해야" 교육부, 시행령 개정해 시·도교육청 예산 압박

입력 2016-04-08 10:49
교육부가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를 두고 갈등중인 시·도교육청 주머니를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시·도교육청 전체 예산의 20%를 차지하는 지방자치단체 법정전입금을 반드시 지자체와 협의해 편성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지자체 간 예산 및 정책 협력 강화시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시·도교육청은 “재정 운용 자율성을 해친다”며 비판했다.

교육부는 8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교육행정협의회’에서 전입금 편성을 논의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5월 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방교육자치법상 ‘지방교육행정협의회’와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상 ‘교육정책협의회’를 통합해 기능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시·도교육청 세입 재원은 중앙정부에서 이전되는 교부금, 지자체가 이전하는 법정전입금, 자체수입으로 구분된다. 현행 시행령은 전입금으로 세출예산을 편성할 때 지자체장과 서면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다. 교육정책협의회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전남·제주·충남 뿐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반면 법정 기구인 지방교육행정협의회는 평생학습, 학교설립계획, 교육복지에 관해 논의하는 등 전체 시·도교육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개정안은 교육정책협의회 대신 기존 지방교육자치법 41조에 따른 법정기구인 ‘지방교육행정협의회’를 통해 각 단계마다 기한에 맞춰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게 했다. 교육감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30일 전까지 지자체장에 협의회 개최를 요청해야 하고 이후 20일 내에 협의회 개최해야 하는 식이다. 또 ‘전입시기’를 협의 대상으로 명시해 시·도교육청이 전입금을 제때 받아 쓸 수 있도록 장치했다.

협의를 구속력은 강화됐다.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시·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전입금 관련 협의사항을 반영하고 협의내용을 첨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까지는 서면으로 협의한 지자체장 의견만 제출하면 됐다.

교육부는 관계자는 “지자체의 자발적 교육투자를 유도하고 시·도교육청 입장에서도 매번 뒤늦게 받던 전입금을 제때 받을 수 있어 숨통이 트이고 협력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집행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교육청 입장은 다르다. 전입금은 원래 교육청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었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이 돈을 지자체와의 협의를 구실삼아 누리과정에 쓰도록 하려는 ‘꼼수’라고 봤다. 시·도교육감협 관계자는 “전입금을 지자체와 협의해 쓰도록 강제하면 정책적 입장이 시·도와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예산을 자율적으로 운용하는데 한계가 생기고 갈등이 심화될 수밖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