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 "엉뚱한 음모론으로 서울시향 사태의 본질이 흐려졌다"

입력 2016-04-07 21:55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 진은숙. 곽경근 선임기자

“서울시향 사태의 본질은 호소문을 발표한 직원들과 박현정 전 대표 사이의 인권문제입니다. 엉뚱한 음모론의 대두로 이 사태의 본질은 흐려져 갔고 안타깝게도 정명훈 전 감독과 시향이라는 공공단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55)씨가 7일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진실의 얼굴-서울시향 사태에 대한 소고'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면서 음모론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014년 12월 직원들이 박 전 대표의 성희롱 및 폭언에 대해 호소문을 내면서 촉발된 서울시향 사태는 현재 박 전 대표와 정 전 감독의 맞고소 공방전으로 번진 상태다. 진 작곡가는 기고문에서 박 전 대표의 고압적 태도 때문에 취임 당시 이를 반겼던 직원들이 수 개월 만에 정신적 고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 20개월간 수많은 직원들의 퇴사, 그리고 제가 그 기간 동안 들어왔던 호소, 깊은 한숨, 분노와 보아왔던 눈물들을 조작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면서 “이 기간은 시향과 일했던 10년 중 가장 힘든 기간으로 내 인생에서도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라고 썼다.

그는 특히 정 전 감독이 직원들의 배후에 있다거나 사주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정 전 감독은 시향에서 가장 오랫동안 박현정 전 대표를 신임하고 같이 일할 의지가 있었던 분”이라며 “자신을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에게 한편으로는 조직의 통합을 위해 좀 참고 같이 가자며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정 전 감독이 직원들의 문제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8월 서울시향의 런던 BBC 프롬스 연주 후 박 전 대표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의전 문제를 거론하며 잡음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부터다. 당시 외국 음악계 종사자들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낸 데다 당시 공연기획팀장의 사퇴로까지 연결되자 정 전 감독은 큰 위기의식을 느꼈고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특히 서울시향에 대해 세금 낭비로 몰고가는 박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주장이 극히 선동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런 주장은 많은 수의 납세자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가지고 서울시향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다”며 “정 전 감독과 시향에 대해 너무나 많은 과장되고 왜곡되고 때로는 사실이 아닌 주장들이 반복되었는데, 이 주장들이 공연계의 특수성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던져지면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당사자들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표에 대해 그동안 언론을 통해 밝혔던 서울시향에 대한 평가는 매우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대표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향 사태는 우리나라 문화계의 큰 흑역사로 남을 것이고 역사는 언젠가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그 책임 앞에서 떳떳함을 갖고자 이 글을 쓴다. 앞으로 고독하고 외로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