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소원’ 이 발칙한 청춘들… “우리 장난 아닌데?”

입력 2016-04-07 18:29

봄에는 역시 청춘 영화가 제격이다. ‘스물’(2015)의 뒤를 이을 발칙한 코미디가 나왔다. 소재부터 범상치 않은 영화 ‘위대한 소원’이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장편 데뷔작 위대한 소원을 내놓게 된 남대중 감독은 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적이 버킷리스트에 대해 생각하다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실제 겪은 비슷한 경험을 시나리오로 재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스물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소원에는 세 친구가 등장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루게릭병 환자 고환(류덕환)과 그의 곁을 지키는 불X친구 남준(김동영)·갑덕(안재홍)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죽기 전 섹스를 해보고 싶다는 고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두 친구가 나서게 된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전노민이 고환의 부친으로 등장한다. 그에게는 첫 코믹 연기 도전이었다. 전노민은 “여태까지 계속 무거운 역할만 했는데 늘 가벼운 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고정관념을 깨주신 남대중 감독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가벼운 역할은 물론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위대한 소원을 계기로 코믹 쪽 작품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말죽거리 잔혹사’ ‘짝패’ ‘완득이’ 등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김동영에게도 코미디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단다. 동료들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김동영은 “같이 연기한 (안)재홍이 형이랑 (류)덕환이 형이 너무 편하게 잘 해주셨다”며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내용 자체도 코미디인데다 현장에서 모든 분들과 재미있게 촬영해서 힘든 부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안재홍은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의 정봉에 이어 또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았다. 밉지 않은 사고뭉치 갑덕을 연기했다. 단, 두 인물은 다른 면이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위대한 소원은 응팔 촬영 전에 찍은 영화”라며 말문을 연 안재홍은 “정봉과 갑덕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다른 느낌이 많은 것 같다. 정봉이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친구인데 갑덕이는 폐를 많이 끼치고 매를 버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도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안재홍은 “전노민 선배님처럼 저도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

이 영화의 원제는 ‘마지막 잎섹’이었다. 제목이 바뀐 이유에 대해 감독은 “코미디라도 진정성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혹시라도 장난스럽게 보일 우려가 있어서 바꾸게 됐다”고 언급했다.

B급 ‘병맛’ 코드와 진정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았을 테다. 남대중 감독은 “유쾌하게 흘러가되 따뜻함은 유지하며 신파로 빠지는 건 지양했다”며 “눈물을 강요하는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죽어가는 소년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이고 싶었다”며 “스토리나 등장인물의 행동은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울지라도 마음만큼은 진정성 있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군 입대한 류덕환은 아쉽게도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