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1조원 안팎의 후한 금액으로 매각됐어도 산 넘어 산이다. 현대증권 매각대금이 5조원 육박하는 현대상선의 빚을 갚는데 전용되어선 안 된다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7일 강하게 호소했다. 현대상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누구 빚 먼저 갚고, 누구는 손해보고 이러면 안 된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은 이날 ‘현대상선 정상화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참 하에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산은도 적극 뒷받침할 것’이란 다소 긴 제목의 참고자료를 냈다. 내용은 점잖아 보이지만, 매각 대금 생겨났다고 다른 쪽 빚부터 갚으면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산은은 현대상선 정상화 방안의 세 가지 축으로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그리고 만기연장 및 출자전환 등 채권 은행의 노력 등을 꼽았다. 세 축이 같이 협조해 균등하게 손해를 감수하면서 부담을 나누어야 현대상선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현대상선이 앞서 단위농협 및 신협 등에서 빌린 12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는 7일로 만기를 맞이했다. 만기연장 협상이 실패해 이날부터 연체가 발생하는데, 당연히 돈 갚으라는 요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산업은행은 어느 한 쪽만 상환해선 안 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다.
산은은 지난 4일부터 현대상선에 자금관리단을 파견한 상태다. 돈의 흐름을 철저하게 관리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산은 관계자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데 어느 한 곳만 상환되면 서로 입장이 좋아질 수 없다”라며 “7월 채무재조정안이 확정될 때까지 매각 대금은 회사 운영자금으로만 쓰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