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중인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오랜만에 수도권을 방문하자 가장 몸이 달았던 건 더민주와 국민의당이었다. 이들은 급히 러브콜을 보냈지만 손 전 고문은 긍정도 부정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의 선택에 따라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야권 세력다툼에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7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린 지역후보 공동정책공약발표식에 참석해 “손 전 고문에게 간절하게 남은 기간 저희 더민주를 도와주십사하고 공식적으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새벽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엔 대표적인 손학규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장선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을 전남 강진으로 보내 손 전 고문에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걸어 비공식적으로 선거 유세를 부탁했으나 역시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한번 공식석상에서 선거유세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손 전 고문은 경기 남양주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 선생 묘제 및 헌다례’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상황을 잘 모르니까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의 ‘전화 공세’에 대한 질문에도 “생각해보겠다고…”라며 말을 줄였다.
경기 남양주에서 유세 일정을 잡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손 전 고문과의 만남을 추진했다가 급히 취소했다. 지난 4일 방송토론에서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밝힌 바 있는 안 대표는 “유세 도중 잠깐 보고 오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따로 시간을 내서 보자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만남이 무산된 것이 손 전 고문 영입 무산으로 확대 해석될까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이 역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다음에 보기로 했다”는 안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안 대표의 영입 의사가 강하다고 묻자 “글쎄”라고 짧게 답한 게 전부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손학규 러브콜’ 김종인도 안철수도 요청...답은 글쎄
입력 2016-04-07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