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에 파나마 페이퍼 불똥-샌더스 기세, 클린턴 수세

입력 2016-04-07 13:29

‘파나마 페이퍼’의 불똥이 미 대선판으로 옮겨 붙었다. 5년 전 미국·파나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대규모 조세회피를 경고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기세를 올린 반면 당시 미·파나마 FTA를 추진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타격을 입게 됐다.

샌더스 의원은 2011년 10월 당시 미·파나마 FTA 협정 체결 동의안이 상원에 회부되자 “미국의 대기업과 부자들이 파나마에 유령회사를 세우는 수법으로 세금을 빼돌리는 사태가 더욱 만연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샌더스 의원은 상원 연설에서 “2008년 기준 미국의 100대 기업 중 17개 기업이 파나마에 42개 지사를 두고 있다”며 “미·파나마 FTA는 대기업과 부자들의 조세 회피를 합법화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당시 무소속이었던 샌더스 상원의원과, 21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미·파나마 FTA는 상원을 통과했다.

세계 각국의 정치인 140명의 조세회피 자료가 담긴 파나마 페이퍼가 공개된 직후 샌더스 의원 측은 당시 미·파나마 FTA 반대 연설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불과 하루만에 조회수 170만을 기록했다.

샌더스 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파나마 FTA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무장관으로 미·파나마 FTA를 찬성한 클린턴은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그는 6일(현지시간) 펜실페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행사에 참석해 “거부들의 조세회피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도권은 샌더스 의원에게 뺏겼다.

인디펜던트의 칼럼니스트 매튜 터너는 ‘파나마 스캔들이 샌더스에게 백악관의 열쇠를 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제목의 칼럼에서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이 지속될 수록 부패한 정치지도자들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비록 클린턴의 이름이 파나마 페이퍼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미 대선 후보 중 가장 ‘부패한 정치지도자’ 이미지가 강한 클린턴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