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오페라 ‘루살카’(4월 28일~5월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로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연출가로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게다가 이 작품은 2015-2016시즌 프로그램 가운데 김 단장이 직접 선택한 첫 작품이기도 해서 여러 모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로 불리는 ‘루살카’는 작곡가 드보르작이 1901년 프라하에서 발표한 3막 오페라다. 왕자를 사랑했던 물의 요정 루살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체코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는 않지만 ‘달에게 바치는 노래’ 등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6일 예술의전당의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학민 단장은 “지난 몇 년간 국립오페라단은 창작 오페라와 갈라 콘서트를 제외하곤 대부분 해외 연출가, 무대디자이너, 지휘자에 작품 제작을 의존해 왔다”면서 “국립오페라단이 이번에 오랜만에 국내 스태프들로만 크리에이티브팀을 꾸려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국립오페라단이 해외 스태프와 함께 작업한 작품들은 무늬만 우리 오페라였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없는 것처럼 국립오페라단 역시 내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의 크리에이티브팀은 김학민 연출, 정치용 지휘, 박동우 무대, 김용걸 안무, 조문수 의상 등 순수 국내파로만 구성돼 있다. 그런데, 김 단장이 ‘루사카’의 한국인 스태프 구성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국립오페라단은 당초 프랑스 출신의 드니 클리프를 연출로 초청할 예정이었다. 해외 연출가의 경우 대부분 평소 작업하는 크리에이티브팀이 있기 때문에 ‘인어공주’ 역시 예정대로였다면 해외 스태프들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대 제작 방향 등과 관련해 클리프와 김 단장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서 김 단장이 크리에이티브팀을 새롭게 꾸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시대에 전세계 예술계에서 다양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 김 단장의 발언이 다소 자기중심주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그동안 한국 스태프들이 만들었던 오페라가 한국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오페라에 대한 관객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결국 이날 기자간담회에서의 논란은 ‘루살카’의 완성도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작품에서 보여줄 김 단장의 연출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김 단장이 오페라 연출가로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루살카’에 온 심혈을 기울리는 만큼 결과가 기대된다.
한편 이번 작품에는 루살카 역에 소프라노 이윤아와 서선영, 왕자 역에 테너 김동원과 권재희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오페라 '루살카'로 첫 시험대 오른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
입력 2016-04-06 23:50